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명희 May 17. 2022

나무늘보 여인의  작은 이야기

7." 웡웡 쭈쭈쭈 아오 아오 "

2014.06.11


요즘 동네 개가 짖는 소리에 잠이 깨곤 한다.

조용한 한밤중과 이른 새벽에 갑자기 짖기 시작하여 한참을 실컷 짖는데,

성량을 보아 큰 개인 것 같은데 주인이 없는 건가. 누구도 제지하지 않고 이렇게 지낸 지 한 달은 되어가는 것 같다. 그 녀석 때문에 꿈도 험한 것 같다.

난 짜증이 났다. 설상가상 고양이들 번식기에 고양이들의 울음소리까지 가세. 매번 듣고 넘기던 고양이들의 소리까지 짜증을 더욱 돋웠다.

얼마 전 누워서 역시나 또 짖는 소리를 듣는데, 짜증 날 기운이 없는지 짜증이 나지 않았다. 웡웡 워엉웡 웡웡 워엉웡... 맥을 놓고는 열린 귀에 들어오는 대로 들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고 그러다 저 헛짖음이 측은한 생각에 절로 나는 어쩌다 혀를 굴리면서 강아지를 어르는 우쭈쭈-쉬이- 하는 소리를 내었는데, 오 놀라워라. 순간 잠잠해진 것이었다.

우연의 일치라고 생각하면서도 조금의 기대를 가지면서, 그 개가 짖기를 기다렸다. 두 번째에는 우쭈쭈를 오랫동안 하고서야 잠잠해졌다. 역시나 우연의 일치였던 모양이다. 아쉬웠다. 뭔가 통하려나 하는 생각에 들떴었는데.

주말에는 나섰다가 마주친 집 앞 고양이가 아오 아오 하길래 나도 아오 아오 했는데 대답하듯이 날 보고 아오 아오 해서 계속 한참 아오 아오를 주고받았다. 이건 정말 뭔가 통하는 느낌이라는 생각에 괜히 기뻐지는 것이었다. 하지만 내가 그 고양이랑 무슨 말을 주고받은 걸까? 검색해 보니 고양이 말 ‘아오’의 뜻을 알 수는 없었다. 심심해? 배고파? 이리 와? 뭐였을까. 고양이가 날 바보 인간으로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만날 알 수 없게 짖는 개와, 잘 살고 있는지 궁금한 집 앞 고양이들과 뭔가 통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이들을 만나기 전에도 내가 살던 곳의 동물들에게 궁금한 마음과 뭔가 말 걸고 싶은 마음과 시도들이 있었다. 특히나 개와 고양이. 주변에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이들에겐 뭔가 말 걸고 싶고 생활을 살피고 반응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 만약 코끼리나 사슴이 가까운 주변에서 함께 살아갔다면 그들에게도 똑같은 마음이 들었을 것이다.

도시의 동물들도 사람들의 생활방식과 행동양식을 관찰하고 생존을 위해 도시를 학습한다. 그래서 그들도 여기서 함께 살아가는 욕망을 지닌 사회 구성원으로 보인다. 갈등을 겪으며 무관심하기도 하고, 공격적이기도 한 그들에 대한 우리의 태도는 우리의 어떤 사람 이웃과의 관계와 다르지 않아 보이기도 한다. 간간히 이들을 거칠고 발언할 힘없는 도시의 하층민으로 의인화한 동화의 그림들이 자연스럽고 타당해 보이는 이유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다른 사람 방해 않고 제 갈 길 가는 비둘기나 곁을 지나다니는 사람들이나 다를 것이 없을 것이다. 살아 움직이는 것들에 그 정도의 감정으로 일관하게 되는 것이 도시의 보통 삶이다.



‘궁금해 하기’는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 필요한 단순한 여유인 것 같다. 불필요한 오지랖이 아니라 누군가 무엇인가의 표현을 지나치지 않고 잘 듣거나 느껴보는 것. 그것을 궁금해해 보는 것이 상당한 갈등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른 것들을 왜 궁금해해야 하는지 납득하기까지가 꽤나 어려운 일일 수 있겠지만.

      

[출처] 7. 나무늘보 여인의 작은 얘기 - " 웡웡 쭈쭈쭈 아오 아오 "|작성자 onlyweekdays


이전 06화 나무늘보 여인의  작은 이야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