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에게 (20240813)8.

by BoNA

날씨가 정말 덥구나.

오전에 니가 애정하는 바지를 제주로 부치고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에

이대로 길 위에서 구이가 되겠구나 생각했다.

너랑 나는 전형적인 여름형 인간이고 더위도 별로 안타는데 오늘은 정말 숨이 턱하고 막히더구나.


니가 부치라는 바지를 우체국에 가져가며 그런 생각을 했다.

너는 참 취향도 뚜렷하고 니가 아끼는 물건에 대한 애착이 큰 편이다.

오늘 보내는 바지는 네 오빠가 호기롭게 사준 바지인데 벌써 5년 째 니가 너무 애정하며 입고있다.

너는 애착바지라며 소중히 생각하는데 실은 내가 몇 번을 버릴까 괴민 했었다.

보풀은 다 일어 있고 밑단은 뜯겨 있으며 천은 빈티지 그 이상으로 헤져 있는 바지다.

하지만 늘 그 바지를 먼저 꼽아 입는 너를 보면 버리려 하다가도 다시 세탁을 한다.

너한테 사랑을 받는 물건들은 좋겠다. 니가 그렇게 마르고 닳도록 함께하니 헤어지는 것도 아쉽지 않을 것 같다.


너의 바지를 보며 나에게 그런 애착이 가는 물건이 있나 찾아 보았다.

나는 정말 아끼는 가죽 로퍼가 하나 있다. 한 7년 쯤 되었을까. 아직 새 것 처럼 상태가 좋은 드라이빙 슈즈는

토즈라는 영국의 제품이다. 유럽 여행을 갔을 때 면세점에서 산 구두인데 마치 그 구두가 영국 귀족의 단아하고 고급스러운 캐주얼 함을 가득 담고 있었다. 내 보기에는 그랬는데 객관적으로는 모르겠다.

일년에 한 두어번 초 가을 맑은 날 면바지를 한 단 접어 입고, 다림질이 잘 된 깔끔한 셔츠랑 이 신발을 꼭 신는다. 그러면 내가 있는 곳이 모나코의 어딘가 인것 같고 나 스스로가 아주 흡족하다.

하지만 밑창이 닳을까 자주는 신지 안는다.

짙은 베이지의 가죽, 세련된 단순한 디자인, 잘 묶어진 매듭, 신발 위로 흐르는 바느질.

엄마도 그러고 보니 애착 신발이 그림같이 모셔둔 신발이 있구나.

요즘 더 이쁘고 좋은 신발들이 많겠지.

하지만 그 신발을 사고 좋았던 감정과, 좋은 날 마음가짐 부터 신발을 신기 위해 맞추었던 그날 의 감정을

신발장안에 고이 고이 간직하고 있다.

어느 날 문득 니가 엄마 저 이거 신어도 돼요? 하고 물으면 난 응 하고 1초의 망설임 없이 허락하겠지만

훗날 이 편지를 읽거든 그 신발은 부디 맑은 날, 기분 좋은 날 신어주기를 부탁한다.


내일은 아침 일찍 여행을 간다.

공부하는 너에겐 조금 미안하지만, 우리 둘이 여름 방학에 여행을 많이 했으니 이번은 서운해 말기로 해라.

수험생.대학 입시를 준비하고 있는 너를 위해 늘 기도하마.

엄마의 기도를 하느님이 꼭 들어주시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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