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에게 (20241004) 18.

by BoNA

어제는 휴일이라 외할머니 댁에 다녀왔다.

고구마를 수확해야 한데서 할머니를 도와 고구마를 캤다.

난생 처음 캐는 일이라 쉽지는 않았지만

흙을 만지며 무념 무상 고구마 찾기를 하는데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외할머니에게서 가져다 먹는 모든 농산물들이 이렇게 많은 수고와 노력이

녹아져 있음을 다시 한 번 깨닫고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고마워서 미안했다.

고구마의 양이 꽤나 많아서 할머니는 신이나셨다.

이모들에게도 넉넉히 겨울 동안 나워줄 생각을 하니 행복하신가 보다.

외할머니, 나의 엄마는 참 사랑이 많은 분 이신것 같다.

수확한 고구마를 가져가려는데

할머니가 지금은 아니라고 한다.

가을 햇볕에 잘 말려 흙을 털어내 숙성을 시켜야 더 맛있는 고구마가 된다고

기다리라 하셨다.


'숙성', '기다림' 어쩌면 우리 인생도 이 두가지 단어 때문에 훨씬 풍요롭고

아름다워지는게 아닌가 생각해본다.

숙성의 사전적 의미는 충분히 이루어짐 이다.

충분히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충분히 기다려야 하지 않을까?

충분히 라는 말이 참으로 갈피를 모르겠는 어려운 말이다.

이루어질 때가지 기다리는 것.

조급하게 서두르지 않고 바라보고 있는 것.

나에겐 너의 성장이 그랬고

오빠가 조금만 어제보다 나아지기를 기다리는 것이

내 인생의 숙성인것 같다.


밭에서 캐온 고구마를 삶아 할머니 물김치랑 맛있게 먹고

시골 동네 산책을 했다.

노랗게 익어가는 벼들과 길가의 맨드라미

저녁 노을이 더해져

할머니와 나랑 말 없이 걷는데

너무 아름다웠다.


나의 엄마의 인생은 충분히 숙성되어졌다.


엄마도 언젠간 너와 함께 걸을

가을 어느 저녁을 생각하며

충분히 기다린다.


사랑한다 미나야.


keyword
작가의 이전글미나에게 (20240930)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