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에게 22. (20241203)

by BoNA

편지를 못 쓴지 벌써 한 달이 지나 올해의 마지막 달이 되었다.


처음에는 너를 위해 기도하는 마음으로 매일 편지를 일기처럼 써주고 싶었는데

나의 게으름인지 세상 살이의 훼방인지 뛰엄 뛰엄 벌 써 12월이 되었구나.


지난달 내 개인적인 인생 2막의 계획을 세워보려고

이리 저리 고민하다가 아직은 조금 더 일을 하기로 결정을 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할머니, 나의 엄마 때문이었다.


할머니가 서울에 오셨다.

아침부터 급한 전화목소리에 큰 일이 생긴건 아닌가 하는 걱정에

헐레벌떡 고속버스터미널로 나갔다.

할머니는 아니 나의 엄마는 나랑 급히 가야할 때가 있다며

3호선 지하철을 타고 종로역으로 가자고 하셨다.

물어도 대답을 하시지 않아 나는 그냥 따라 갔다.


종로3가역에 내려 단성사 근처로 나가시더니 어디에 전화를 하셨다.

그리고 그곳으로 찾아갔다.

할머니의 목적지는 순금을 거래하는 금거래소였다.

여러가지 할머니의 악세사리들을 비닐 봉지에서 꺼내

금을 분리해 순금으로 교환하셨다.

할머니는 매우 흡족해하시며 진열장에서 마음에 드는 금목걸이를 고르라고 했다.


"제일 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 됐다. 안한다 그런 소리는 절대 하지마."


나는 천천히 쇼케이스 안의 목걸이를 골랐다.

엘리자베스 여왕의 얼굴이 동전처럼 달려있는 줄과 체인줄이 이중으로 되었있는

무게가 제법 나가 보이는 누런 금목걸이를 골랐다.


"엄마, 순금은 너무 누래 어떻게 차고 다녀?"

"순금은 돈이야 비상금이라고 안보이게 차고 다니다 꼭 필요할 때 현금화 해.

악세사리는 다 필요없어. 그건 금도 아니다."


그렇게 순식간에 엘리자베스 여왕의 목걸이가 엄마에게 왔다.


나는 할머니가 왜 당신의 악세사리를 정리해 순금으로 바꾸어 목걸이를

사주었는지 이유를 묻고 싶었지만 그날은 감사히 받고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종로근처의 냉면집에서 갈비탕 한 그릇 씩 먹고 할머니는 바로 시골로

내려 가셨다.


나는 할머니에게 받은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할머니가 시키는 대로 하는 말 잘 듣는 큰 딸 이었고,

키워주신 것만으로도 세상에서 우리 엄마를 가장 존경하는 한국 딸이었다.

하지만 서울살이를 하면서 시집간 딸들에게 경제적 도움을 주면서

딸을 서포트해주는 엄마들이 너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경제력의 차이겠지, 문화의 차이겠지, 내가 가진 수저의 차이겠지 생각했지만

그러기엔 주변 엄마들의 능력과 가치관은 우리 엄마랑은 너무 달랐다.


하지만 엄마를 원망하거나 가지지 못한 것을 아쉬워 한 적은 한 번 도 없었다.

왜냐하면 저도 알고있듯이 할머니는 존재 자체가 위로이고 따뜻함이기 때문이다.


다음날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 그런데 왠 금목걸이를 다 사주시고?"

"니가 직장 다니고 그 돈으로 나 한테 많은 거 해 줬지. 내가 늘 고마워. 나는 딸 하나는 잘 둔거야.
그런데 내가 생각해 보니 너한테 뭘 하나 제대로 사준게 없더구나. 나 죽으면 한이 되서 억울 할 것 같아.

내 딸. 큰 딸. 금목걸이라도 걸어주면 언젠가 니가 일안하고 집에 있을때 이거 팔아서 너 하고 싶은거

꼭 해. 자식들 뭐 해주지말고. 니가 일하는게 자랑스러웠어. 나는 직장에 다니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자나.

니가 출근한다며 니가 연차라 하며 나는 그 말이 그렇게 자랑스러웠다. 끝까지 부엌으로 오지 말고 직장으로, 사회로 나가 니 이름으로."


나는 할머니에게 그토록 할머니가 원하던 인생을 살고 있었던 거야.

할머니가 다른 엄마들 처럼 돈이나 인력적으로 지원을 못해주셔도 자신의 인생을 겹쳐 응원하고 계셨던 거지.

내가 직업에 대해 고민을 하는 것을 할머니가 어떻게 아셨는지 모르겠지만, 엄마의 감일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당분간, 잠시 더 일을 하다 어떻게 할지 고민해 보기로 했어. 할머니의 로망을 채워주는게 아니라

지금 할머니가 걸어주신 브레이크가 또 기가막히게 현명한 판단을 하라는 주의로 느껴졌단다.


사랑하는 미나야

나는 니가 어떤 삶을 살던 늘 응원할거야.

엄마는 니가 직장 생활을 하던 사업을 하던 부엌에 있던 니가 너의 존재를 확인하며

감사하는 사람이 되길 기도한다.


나는 내 엄마가 주신 목걸이를 직장을 그만 두는 날 현금화해 이태리로 여행을 가기로 결심했다.

내가 너를 사랑하고 최고의 여행 메이트라는 것을 알지만, 우리 엄마의 바램대로 이태리는

나 혼자 갈 것임을 미리 이야기 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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