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터널

14.

by 우산

두 사람은 찬 바람이 부는 테라스로 나가 이야기를 처음부터 다시 되짚어보았다.

“어머니, 이게 다 무슨 일인지 설명 좀 해주세요.” 그가 간청하듯 말했다. “저 너무 혼란스러워요…”

“찬솔아… 그게 말이지”

“저를 떠난 거예요?”

그녀는 허공을 바라보며 입을 다물고 있었다.

“왜 그동안 연락 한번 없었어요?”

세찬 바람이 그의 귓가에 스쳐 지나갔다. 바람에 머릿결이 이리저리 휘날렸다.

그녀는 손으로 옆머리를 귀 뒤로 넘기며 말했다.

“힘들었어.”그녀는 무언가에 잠긴듯했다. “맞아, 도망친 거야. 구차한 변명 따위는 하지 않을게.”

그녀의 진실된 고백에 그는 얼굴이 사색이 되어 말을 잇지 못했다. 그저 눈을 꿈뻑이며 바람이 휘날리는 어머니의 머릿결을 바라볼 뿐이었다.

“너무 지쳤었어. 네 아버지, 돈, 그 모든 게 벅찼어. 그래서 도망치듯 떠난 거야.” 그녀를 고개를 돌려 그를 지그시 바라보며 말했다. “다시 돌아갈 생각은 없어. 미안해, 찬솔아.”

그들은 서로를 마주했다. 그녀의 눈은 후회와 비애에 젖어있었다. 어머니의 내면의 진실은 차가웠다. 차디 찬 찬기가 그의 심장을 얼어붙게 했다.

그는 어머니의 얼굴을 한동안 바라보다가 어떠한 작별의 인사도 없이 그곳을 떠났다.

집까지 태워다 주겠다는 남자의 말도 무시한 채 신발을 구겨 신고 터덜터덜 걸으며…

그는 유랑자처럼 거리를 떠돌았다. 어디로 향하는지, 그 끝은 어디일지, 그는 알 수 없었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고통이 그의 목을 서서히 조여왔다.

그 고통은 점점 더 강하고, 느리게 그의 목을 조여왔다. 그의 숨소리는 희미해져 갔다. 가슴이 답답하고,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는 심장을 부여잡고 차가운 길바닥에 주저앉았다. 날이 저물어 도로에는 사람은 물론이고, 작은 벌레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는 혼자였고, 그의 곁에는 아무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는 그곳에서 썩어 갔다. 고약한 냄새를 풍기며, 살가죽이 벗겨져가며 썩어 들어갔다.

결국 그는 한 줌의 재가 되어 바람과 함께 넓은 세상으로 사라져 갈 것이다. 그는 그러길 바랐다. 바닥에 누워 고요한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으면 바람이 자신을 어디론가 데려다주길 바랐다.

평온하고, 잔잔한 어딘가로... 살가죽이 다 벗겨지고, 뼈만 남게 되면 그는 생각할 것이다. ‘나름 괜찮은 삶을 살았던가…’

그는 자신에게 끝없이 질문을 던질 것이다. 답이 없는 의문들을 가질 것이다. 그리고 그 끝에는 검은 눈을 가진 한 남자가 서있을 것이다. 그는 그 남자의 품에 안길 것이다. 그리고 그는 눈물을 흘릴 것이다. 남자의 품에 안겨 울분을 토할 것이다. 강렬하게 불타오르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눈물을 흘릴 것이다. 남자의 흐뭇한 미소에 그는 눈물을 흘릴 것이다. 그는 남자의 온기를 느낄 것이다.

마침내 그는 감았던 눈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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