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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의 탈정치화는 가능한가:
‘프로젝트 2025’읽기

워싱턴D.C. 변호사 박현경

by 미국변호사 시온

2025년 미국 이민법은 더 이상 독립적인 제도가 아니다. 그것은 곧 ‘정권의 의지’이며, 동시에 ‘법률의 탈색’을 드러내는 창이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과 보수연합이 공동 추진 중인 ‘프로젝트 2025’는 단순한 규정 변경이 아닌, 이민법의 헌법적 구조 자체에 손을 대려는 계획이라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다르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권력의 “행정 독점화”다. 이민 시스템 내 수탁기관—예컨대 이민국(USCIS), 이민세관단속국(ICE), 국토안보부(DHS)—의 인사권을 대통령 직속 기관에 집중시킴으로써, 절차적 독립성과 사법적 통제를 약화시키는 것이 골자다. 이는 이민법이 가진 유일한 방어 장치인 ’절차적 정당성(due process)’을 무력화시키는 방식이다.


가장 위협적인 조항은 ICE의 수사권에 ‘공적 장소 침입권(public space intrusion)’을 부여하려는 시도다. 이는 영장주의(Warrant Requirement)라는 연방헌법 제4조 정신에 정면으로 배치되며, 결국 이민자를 ‘헌법 적용의 주변부’로 몰아넣는 결과를 초래한다. 법적 표현으로는 미묘하지만 정치적 실체로는 명백하다. 이민자는 더 이상 법의 보호 대상이 아닌 통치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정책적으로도 이는 미국의 이민법이 ‘시장 기반의 선택적 환대’에서 ‘안보 기반의 폐쇄 전략’으로 완전히 전환되는 첫 사례다. H-1B, O-1, EB 시리즈 등 고숙련 이민에 대한 배정이 줄어들고 있으며, 기존 승인자에 대한 이의제기(Request for Evidence)와 지연 전략은 행정 권력의 ‘소극적 거부권’으로 기능하고 있다. 미국의 이민법은 지금, 사실상 ‘무심한 기각’을 통해 무효화되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 이민법률가는 단순히 서류를 다루는 전문가가 아니다. 그는 ‘정치의 흐름을 읽는 법률가’이며, ‘헌법의 잔존 가능성을 파악하는 전략가’여야 한다.


따라서 오늘날의 이민 대응 전략은 다음의 세 축 위에 설계되어야 한다.


정책 기조와 사법 해석의 간극을 공략하라 이민법은 연방법이지만, 구체적 심사는 이민국의 지침과 판례 사이에서 작동한다. 이를테면 영주권 신청자는 정책서에 명시되지 않은 요건이라도, 사법부 판례나 회람지(Memo)의 미묘한 문장을 해석함으로써 ‘합법적 합목적성’을 입증할 수 있다.


절차적 권리 침해에 대한 즉각적 대응을 구조화하라 RFE 또는 NOID 등 정부의 추가 요청이 단순한 행정 지연이 아닌 ‘의도적 축소’로 기능하는 시대에는, 절차 위반에 대한 근거를 축적해 차후 행정소송(Appeal, Mandamus 등) 가능성을 동시에 준비해야 한다.


정치 리스크를 반영한 설계로 고객을 보호하라 이민법이 정치적 파장에 종속되는 한, 고객의 미래도 그 변동성 위에 놓이게 된다. 따라서 변호사의 역할은 ‘합법적 절차를 수행하는 기술자’가 아니라, ‘정치와 헌법 사이에서 경로를 디자인하는 설계자’에 가까워야 한다.



2025년의 이민변호사는 더 이상 “법률 전문가”라는 직함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우리는 이제, 헌법과 정치, 그리고 인간의 존엄이 충돌하는 경계에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그리고 그 역할은 단 하나의 문장을 향해 수렴된다.


법이 멈춘 자리에서, 우리는 반드시 말을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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