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이야기

(1) 두렁치마

by 사오십년대소녀

여러분, 두렁치마를 아시나요?

우리가 자랄 때 옷 타령을 하면 어머니는 우리 형제들을 앉혀놓고 옷에 관해 이야기해주셨습니다.

그중에 두렁치마란 것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할아버지께선 어릴 때 너무 가난하여 여남은(열 살 넘은) 때까지 두렁치마를 입으셨다고 합니다.

인터넷 사전에서 두렁치마의 뜻을 살펴보니 ‘아기의 배와 하체를 따뜻하게 해주기 위해 둘러주었던 치마’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원래는 갓난아기의 옷이었어요.

할아버지 어린 시절은 150년 전, 시대로 치면 조선 후기입니다.

그때는 양반의 권위가 살아있던 때였죠.

할아버지는 오래된 두렁치마를 당연하게 생각해서, 바지를 입게 되었을 때 오히려 ‘양반도 바지를 입느냐’고 당신 어머니께 물어보셨다고 하네요.

그렇게 양반으로서 두렁치마의 권위를 잃지 않으셨다고 합니다.

당시 형편이 넉넉지 않은 시골에서는 그렇게 입는 일이 더러 있었다고 합니다,

내가 자랄 때는 큰 남자아이가 두렁치마 입은 모습은 볼 수 없었습니다.

나는 커가면서 할아버지와 두렁치마의 관계가 점점 새롭게 느껴졌습니다.

어른 치마만 봐도 ‘저게 조금 짧으면 두렁치마인데...’ 하고 생각했습니다.

옛날 두렁치마의 쓰임새와 위 사전의 뜻은 좀 다릅니다,

의복의 변화와 시대의 풍요 속에서 두렁치마는 지금은 아는 이조차 드물고, 두렁치마를 입던 사내아이들은 기억에서조차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이제는 모든 이가 잊어버린 의복의 한 종류가 예전에 존재했음을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어서 이 글을 통해 소개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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