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한약국
할아버지는 한의원이셨다.
자라면서 한의학을 어떻게 배웠는지 모르겠지만, 한양으로 가는 길을 택해서, 작두로 약재 써는 일부터 배우셨단다.
약국을 차리고 봉지봉지 약재를 담아서 천장부터 벽에까지 주렁주렁 걸어놓고 한약국을 시작하셨단다.
손님이나 환자가 늘었고, 단골에는 유명인사도 있었다. 국회의원이셨던 신OO 씨가 일요일마다 약국에 놀러 오셨다. 오실 때 지프차를 타고 오면, 그날은 할머니, 막내 고모, 우리 형제자매들과 김밥을 싸서 지프차를 타고 창경원 구경을 갔다.
집에서는 궁중음식으로 점심을 준비하여 층층 찬합에 담아 약국으로 보냈다. 그 맛에 그분들은 일요일마다 오신다고 했다.
덕분에 약국 손님도 더욱 늘고,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큰돈을 잘 벌었다. 할아버지는 자녀 6남매와 그 자손들까지 공부시키고 재산도 늘려주셨다고 한다.
6.25 전쟁이 터지고 사람도 재산도 해산되었다.
잘 배우고 약삭빠른 자손들은 할아버지께서 늘려놓은 산, 논, 밭을 팔아 자신의 배를 불렸다고 한다. 사촌들은 우리 집에까지 찾아와서 논밭을 달라고 하여 다 팔아갔다고 한다.
할아버지와 함께 재산을 일구고, 후계자였던 우리 아버지에겐 피난 온 산골 오두막 초가집과 물려받은 한약국 지식만 남았다.
자금 사촌들은 어디에서 O 씨의 성을 가지고 살고 있을 것이다. 가끔 들려오는 소리엔 학교 계통이나 항공사에 종사하고 있다는 것 같다. 잘된 놈은 잘되었겠지.
잘되었으면 됐지, 이제 와서 어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