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화. 산책

by 헵타포드

통잠은 신이 내린 축복이다.

겪어본 사람만이 이를 안다.


아이는 온전한 집중을 바란다.

자신에게 관심이 멀어지면 삑삑거린다.

귀엽고 예쁘니까 좋다.

그 감정을 살려 보살핀다 치자.

하지만 부모도 사람인지라,

24시간 집중 관리는 어렵다.

정신적, 체력적으로 무리다.


통잠은 부모의 퇴근시간을 선사한다.

24시간을 16시간으로 만든다.

이 얼마나 귀중한가?

우리는 담이의 통잠을 위한 전략을 수립한다.


패턴을 잘 형성한다.

먹이고 놀리고 재우고.

이 3가지가 모여 하나의 패턴이 형성된다.

성인처럼 아기도 패턴에 따라 생활한다.

패턴이 흐려지면 아기는 혼란스러워한다.

물론 과성장기인 아기의 패턴 형성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통잠을 재우기 위해, 뭔들 못하겠는가?

마지막 텀에는 패턴의 변화를 준다.

우선 잘 먹인다.

그 후 더 놀린다.

그리고 덜 재운다.

통잠을 위해 담이를 조금 더 피로하게 한다.


담이의 안색은 슬슬 변한다.

놀다 지쳐 자고 싶지만,

부모란 작자들이 잠을 재우지 않는다.

난동을 피우기 시작한다.

빽빽 소리를 지르며 대성통곡한다.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우리를 위협한다.

사실 울음뿐이지만.. 위협적이다.


플랜B를 적용한다.

산책이다.

유모차의 진동과 바깥세상의 풍경은

담이를 진정시키기에 충분하다.

다행히 담이는 배시시 웃는다.


그렇게 우린 매일 저녁, 산책하기 시작했다.

담이의 통잠 프로젝트를 위해

육아퇴근 후 간단한 맥주 한잔을 위해

우리는 걷고 또 걸었다.

결국 우리는 통잠 프로젝트에 성공했다.


통잠 프로젝트 중 깊었던 고민은

"과연 담이를 위한 프로젝트가 맞을까?"이다.

부모를 위한 프로젝트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담이는 어떨까?

마지막 텀에 담이의 패턴을 뭉개면서까지

통잠을 유도하는 게 과연 담이에게 이로울까?

고민되었다.

하지만 우리는 고민을 접기로 했다.


조금은 이기적이지만

담이를 넘어 부모 관점에서,

부모를 넘어 가족 관점에서 봤을 때.

이는 필요한 프로젝트였다.

결국 우리는 상부상조하며 나아가야 한다.

부모가 아기에게 헌신하듯이,

아기 또한 어느 정도 부모를 이해해야 한다.

우리는 담이에게 이해를 바랐고,

다행히도 담이는 여기 응해 주었다.


조화로운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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