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화. X발

by 헵타포드

좁디좁은 집 안에 담이의 용품이 점차 늘어난다.

아내는 당근형 인간을 넘어 당근마켓에 취직했나 보다.

매일 나는 주변 아파트로 가 중고물품을 받아 온다.

그렇게 집은 난장판이 되어간다.

사실 난장판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육아용품을 암만 잘 정리한다 한들 18평은 18평이다.

하지만 방 2개 중 하나는 꼭 살리고 싶었다.

방1은 우리와 담이의 침실이다.

방2는 서재이자 옷방이다.

방2를 살리기로 했다.


아내는 창의력이 뛰어나다.

창의력이 뛰어난 사람은 정리정돈을 잘 하지 않는다.

고로 정리정돈은 나의 몫이었다.

정리 책임자인 나는 몇 가지 규율을 정했다.

2주가 지나도 정리되어 있지 않은 물건은,

내가 정리하거나 버린다.

쉬운 규율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이는 잘 지켜지지 않았다.


사건은 순식간에 일어났다.

어느 날 우리는 밥을 먹고 담이 보정사진을 고르기로 했다.

컴퓨터가 있는 방2로 간다.

방2에 혼잡한 아내의 책상이 보인다.

그 순간 상스러운 말이 범람한다.

"아이 X발"


연애 때부터 나는 한 가지 규칙을 설파했다.

"말을 예쁘게 하자"

우리 사이에 많은 전쟁이 오갔지만,

파국으로 치닫진 않았다.

나는 그게 말 때문이라 굳게 믿었다.

다툼으로 감정이 올라오고,

감정으로 말은 거칠어진다.

난무하는 욕은 결국

몸싸움으로까지 치닫는다.

감정의 브레이크는 말이라고 생각했고,

이를 대략 7년 동안 지켜 왔다.

그러나 생각지도 못한 순간 이는 무너졌다.


브레이크가 부서진 순간부터,

우리는 아우토반을 달린다.

욕을 주고받고,

몸싸움을 한다.

물건을 집어던진다.

그렇게 파국에 치닫는다.

나의 말 한마디가 원인이었다.

정신을 되찾고 사과한다.

하지만 물은 이미 엎어졌다.


밤새 책상에 앉아 생각한다.

욕의 원인인을 찾아 헤맨다.

처음엔 온갖 변명거리를 들먹인다.

담이가 떠오른다.

육아로 인한 스트레스가 나를 이리 만들었다고 자위한다.

자위는 대략 3시간 정도 이어진다.

시간이 더 지난다.

마음속이 고요해질 때쯤 깨닫는다.

원인은 내 안에 있단 사실을.

육아는 쉽지 않다.

담이는 분명 나의 감정을 뒤흔들 테다.

그러나 담이 아빠는 이를 감내해야 한다.

그것이 부모가 되길 원했고, 부모가 된 자의 길이다.



어느덧 해가 밝았다.

정신은 명료해진다.

담이와 담이 엄마에게 진정한 사과를 준비한다.

담이의 아빠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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