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n Wawrinka〉

대단하면서 슬픈

by 헵타포드

1. 원백의 멸종

스탄 바브린카, 스위스의 또 다른 스타선수다. 올해 38세의 노장이지만, 아직 쟁쟁하다. 그에겐 강한 무기가 있기 때문이다. 젊은 선수들이 날고 기어도 이 무기의 성능은 바브린카에게 뒤진다. '원핸드 백핸드'다. 투핸드 백핸드와 3구 이상 백핸드 대결이 가능한 원핸드 백핸드 선수는 아직 바브린카 밖에 없단 말이 있다. 그만큼 원핸드 백핸드는 좋은 먹잇감이다. 맹수 조코비치는 이를 잘 활용한다. 조코비치는 원핸드 백핸드의 불안정성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호주오픈 결승전에서 치치파스에게, 파리 마스터스 결승전에서 드미트로프에게, 백핸드 대결을 강요한다. 치치파스와 드미트로프는 주구장창 백핸드만 치다 게임에서 패배한다. 하지만 적어도 바브린카에게 이런 전략은 먹히지 않는다. 어쭙잖게 백핸드로 공을 줬다간, 강력한 위닝샷이 돌아온다. 적어도 그에겐 원핸드 백핸드는 약점이 아니다. 하지만 바브린카의 원핸드 백핸드 성능이 탑10의 투핸드 백핸드보다 더 낫다고 보진 않는다. 현존하는 최고의 원핸드 백핸드도, 적당한 선수들의 투핸드 백핸드을 뛰어넘을 순 없다고 본다. 대단하면서도 한편으론 슬픈 대목이다. 원핸드의 멸종은 머지않았다.



2. 선수들의 멸종

페나조 시대, 그랜드 슬램 우승자는 귀하다. 페나조를 뚫고 나름 우승을 많이 한 자는 단 두사람, 앤디 머레이와 스탄 바브린카다. 이들은 그랜드 슬램 3회 우승을 차지한다. 그 이외 선수들의 결과는 처참하다. 1회 우승도 쉽지 않다. 치치파스, 즈베레프 등 나름 한가닥 하는 선수들도 아직 그랜드슬램 타이틀이 없다. 바브린카의 3회 분명 우승은 큰 의미를 지닌다. 3회 우승시 바브린카는 나달과 조코비치를 무찌른다. 페나조를 꺾은 영상은 귀중하기에, 아직도 결승전 영상이 유투브에 맴돈다. 그렇다면 바브린카가 페나조의 천적이었을까? 아니다. 조코비치와 상대전적 6승 21패, 나달과의 상대전적 3승 19패, 페더러와의 상대전적 3승 23패다. 처참한 상대전적이다. 하지만 3~6승이 어딘가? 그 속엔 그랜드 슬램 우승이 포함되어 있으며, 페나조 시대에 그랜드슬램 3회는 위대한 업적이다. 또다시 대단하면서도 슬픈 대목이다. 페나조는 많은 선수들을 멸종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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