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치는 천재
1. 아직 죽지 않은
현 랭킹 107위, 이탈리아 국적의 선수다. 2019년에 9위로 커리어 하이를 달성한 저력 있는 선수다. 분명 하락세를 타는 중이다. 하지만 최근 발렌시아 오픈에서 바우티스타 아굿(랭킹 62위)을 잡은 것을 보면 아직 죽진 않았다 느껴진다. 퓨어드라이브를 들고 코트를 종횡무진하는 이탈리아의 미남 악동 포니니를 알아보자.
2. 대충치는 천재
테니스 천재로 대부분의 사람은 악동 키리오스를 떠올린다. 하지만 내겐 키리오스보다 먼저 떠오르는 선수가 있다. 파비오 포니니다. 처음 포니니의 경기를 보고 놀랬던 기억이 선하다. 정말 라켓을 '대충' 휘두른다. 그런데 공이 굉장히 빠르다. 정말 '대충' 뛰어다닌다. 그런데 발이 정말 빠르다. 정말 '대충' 감정을 관리한다. 선수나 심판에게 매번 시비다. 그런데 공이 오갈 땐 평정을 유지한다.
그의 테니스는 대충의 연속이다. 그러나 그의 대충은 분명 매혹적이다. 나만 매혹을 느끼는 건 아닌가 보다. 유튜브에 포니니를 치면 많은 교육 영상이 뜬다. 그의 대충을 가르치는 사람들이 많다. 나 또한 한때 그의 대충에 발을 담갔다. 하지만 꽤나 뜨거웠고 얼른 발을 뺐다. 다가가기 힘든 대충이기에, 포니니가 더 간지나는게 아닐까 싶다.
3. 19년 몬테카를로 4강
2019년 포니니는 몬테카를로 4강에서 나달을 만난다. 클레이 코트다. 그리고 나달이다. 악조건 속에서 포니니는 엄청난 경기를 만들어낸다. 승리의 원동력은 한 템포 빠른 백핸드 다운더라인이었다. 왼손잡이인 나달은 강한 헤비 탑스핀을 포니니의 백핸드로 찔러 넣었다. 하지만 포니니는 설령 백핸드로 날아오더라도 수비할 생각이 없었다. 역시 그는 간지가 났다. 그는 헤비 탑스핀이 튀어오르기 전에 '한 템포 빨리', 백핸드 크로스코트가 아닌 '백핸드 다운더라인'으로, '대충' 라켓을 휘둘렀다. 매우 공격적이며 구사하기 힘든 샷이다. 하지만 당일 포니니의 컨디션은 하늘을 뚫었고, 모든 공은 코트 안 흙바닥에 찍혔다. 그 외에도 볼거리가 많았다. 나달의 각 잡힌 백스윙과 포니니의 대충대충 백스윙의 차이도 재밌었고, 포니니의 불안한 서브게임으로 브레이크 횟수가 잦았던 것도 재밌었다.
포니니는 분명 재능 있는 선수다. 하지만 재능은 순간순간 빛을 발휘할 순 있으나, 매 순간 빛날 순 없나 보다. 컨디션에 따라 강자를 압도하기도, 약자에게 무너지기도 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결국엔 꾸준함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왠지 모르겠지만 나달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