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로운 여우
1. 상승곡선
현 랭킹 4위, 이탈리아 국적의 선수다. 현 나이인 22살에 커리어 하이를 달성 중이다. 그는 꽤 늦은 나이에 커리어를 시작했다. 10대 이전엔 스키 선수로 활동하다가, 14세에 본격적으로 라켓을 잡았다. 페더러가 다른 스포츠에서도 두각을 발휘했듯, 시너도 곧바로 두각을 발휘한다. 17세에 드미노어를 꺾고 넥젠 파이널 우승을 하고, 18세에는 그 당시 최연소 ATP 파이널 우승자가 된다. 10대 말에는 약간 주춤한다. 탑 10 선수 대비 서브와 발리에 미숙했기 때문이라 본다. 다만 현시점 그의 능력치를 보면 이를 극복한 것으로 보인다. 이젠 차츰 커리어를 높여나갈 일만 남았다.
2. 유연성의 힘
배드민턴 선수 안세영의 힘은 '유연성'이라 본다. 그녀의 발목 스텝과 손목 스냅은 남다르다. 영상으로 봐도 탄력이 느껴진다. 야닉 시너 또한 유연성을 지녔다. 스트로크 시 그의 팔은 마치 채찍 같다. 어깨부터 손 사이에 관절이 느껴지지 않는다. 어떤 상황이든 그는 상대보다 빠른, 깊은 스트로크를 구사해 낸다. 모던 포핸드는 위핑/래깅을 통한 가속으로 공에 힘을 전달한다. 가속을 효율적으로 만들어내기 위해선 유연해야 한다. 테니스의 객관적인 지표인 조코비치 또한 이 중요성을 안다. 그는 매일 스트레칭과 요가를 병행하며 유연함을 관리한다. 그의 '몸의 유연성'은 뛰어났으나, '전략의 유연성'은 부족했다. 대부분 강력한 스트로크로 상대를 압박했으나, 만일 그 전략이 먹히지 않았을 땐 손쉽게 무너지곤 했다. 변칙적으로 전략을 수정해나가는 선수들에게 약했다. 하지만 이 또한 점차 변화하고 있다. 알카라즈처럼 드롭샷의 빈도를 높여나가고, 서브엔 발리 플레이도 자주 활용한다. 자신의 무기를 늘려나가며 유연해지고 있다. 대나무보다 갈대는 강한 게 맞나 보다.
3. 포핸드 = 백핸드
페더러는 한 인터뷰에서 야닉 시너의 백핸드에 경의로움을 표했다. 야닉 시너의 포핸드와 백핸드의 속도는 거의 유사하고, 이는 시너의 큰 장점이 될 것이라 예상했다. 보통 대부분의 선수들은 포/백핸드에 편차를 지닌다. 그리고 상위레벨의 선수들은 이를 귀신같이 간파한다. 조코비치가 치치파스를 상대할 때, 나달이 베르티니를 상대할 때, 상대 백핸드로만 공을 집어넣는 모습을 봤을 테다. 하지만 시너에게 그런 전략은 먹히지 않는다. 포핸드든 백핸드든 어느 상황이든 공격적으로 구사한다. 포핸드를 잘 치는 선수들은 많다. 하지만 그들의 한계는 명확했다. 적어도 스트로크에 있어서는, 현재 시너에겐 한계는 없다.
4. 여유로운 여우
야닉 시너의 별명은 여우다. 생긴 게 여우처럼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시너의 코트 위 모습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는 코트 위에서 조용하다. 우선 대부분의 선수들과 달리, 스트로크 시 기합을 넣지 않는다. 조용히 공을 친다. 조용하지만 송곳 같은 스트로크를 날린다. 그러니 요란한 선수들보다 더욱 무섭다. 어린 나이지만 멘탈도 단단하다. 10대 시절부터 단단한 담력을 지녔다. 큰 대회에서 패할 때도 멘탈의 패배보단, 체력이나 능력치의 패배로 보였다. 비슷한 나이의 홀거루네의 멘탈과 비교해 보면, 확연한 차이를 느낄 수 있다. 그렇게 시너는 마치 여우처럼 조용히 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