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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강 Dec 28. 2022

P/T 論

광고 크리에이터 교본 11.

프레젠테이션 룸은 연대(連帶)의 장(場)이다.


프레젠테이션은 “내”가 발견한 “흥미로움”을 "他人"과 공유하는 과정이다.  그대와 광고주가 연대하는 자리다. 하나의 문제를 놓고 광고주도 풀고 나도 풀고.  그 긴 생각의 여정 끝에 발견한 보석 같은 아이디어. 어느 부모가 산고 끝에 얻은 아이를 귀하게 여기지 않겠는가. 그 귀한 아이를 내가 시큰둥 말하는 데 남인들 재미있어하겠는가. 내가 매가리 없게 말하는 데 남들이 생기가 돌겠는가.


제발 <숙제해 온 거 보여 드릴게요>하는 식의 피티만은 하지 말자. 말이야 좀 어눌하면 어떤가. 정답을 발견한 사람 특유의 눈부신 반짝거림. 생기에 가득 찬 눈동자. 다른 누구도 이렇게 풀지는 못했을 거라는 창조적 오만. 당신도 꼭 나의 생각에 표를 던지고 말 것이라는 상기된 감정.


그대가 발견한 그것이 반드시 필연적이고 논리적인 대답일 필요는 없다. 풀이 과정에서 그대가 하나의 <꿈>을 발견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프레젠테이션은 의사 결정권자에게 묻는다, 당신도 나와 같은 꿈을 꾸지 않았습니까? 그렇다면 당신과 내가 함께 꾼 그 꿈은 반드시 실현될 수 있습니다,라고 서로 연대하는 것이다.

 

광고를 따가려고, 경쟁사에 비해 어떻게든 잘 보이려고 애쓰고, 작위적이고 인위적이고 설득하려고 발악을 하고, 좋은 평가를 받으려는 학생처럼, 뭔가 괜히 전문가 양 보이려고 꼼수와 난해한 용어를 늘어놓고... 광고주는 잘 훈련된 전사를 원하는 게 아니다(그래 봤자 대행사의 이익에 기여하겠지 뭐). 성공(바로 그 꿈)에 대한 확신을 주는 사람. 평가의 대상이 아니라, 혹해서 뭔가를 묻고 싶은 사람을 원한다.


적어도 피티룸에서는 소크라테스보다는 예수를 연기하는 편이 확률이 높다.


*

(P/T의 멘털을 위한 충고 ; 그 방에 앉아 있는 사람들 중에 그대보다 이 프로젝트에 대해서 많이 생각한 사람은 없다. 그대가 왕이다. 쫄면 망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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