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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강 Jan 02. 2023

신들의 산책 論

광고 크리에이터 교본 21.

이 바닥에도 神들이 산다. 


그들의 이름 앞에는 주로 Chief 또는 Executive라는 별칭이 붙는다. 이들은 주로 남의 작품에 코멘터리 다는 것을 주된 일로 삼는다. 乙중에 甲이다. 현직 크리에이터들이 각종 광고 賞의 심사위원이 되어 호오와 시비를 가리기도 하고, 사내 리뷰에서는 시안을 단지 힐끗 쳐다보는 것만으로 그 생사를 가늠하기도 한다. 근데, 가만, 뭔가 이상하지 않아? 언제부터 신들의 임무가 창조가 아닌 비평이 된 거냐?


남의 광고에 토 다는 것은 게나 고동이나 다 한다. 그래서 나도 리뷰랍시고 할 때는 언제나 조심스러웠다.(조심스러웠다는 거지 친절했다는 건 아니다) 동료들이 애써 만든 작품의 생사여탈권을 가지고 있으니 더욱 그렇다. 내가 생각하는 리뷰는 내가 풀어 온 답과 그들이 풀어 온 답을 서로 맞추어 보는 것이다. 서로의 인사이트를 검증하고, 집중해야 할 부분을 가려내고, 가능성을 타진하고. 그래서 리뷰하는 사람도 프로젝트 담당자 못지않게 공부를 해야 한다. 딸랑 휴대폰과 담배만 가지고 들어오는 리뷰어 밥맛이다. (너나 잘하세요라고 씹는 소리는 들려도 안 들리는 것으로 치겠다)


이 바닥 밥 오래 먹다 보면 자꾸 신 행세를 하게 된다. 그게 인지상정이다. 왜 아니겠나,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게 이치인데. 하지만 기억하라. 신들의 임무는 오로지 창조하는 것이다. 치열하지 않으면 神도 씹힌다. 광고대행사가 산책하며 즐길 만큼 헐렁하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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