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크리에이터 교본 24.
<TV광고는 15초의 승부다!>라고 생각한다면 그대는 아직 멀었다.
15초 그 뒤의 이야기, 15초 그 뒤의 파문, 15초 그 뒤의 울림에 대해 고민하라. 모든 예술의 큰 울림은 아이러니하게도 뒤늦게 찾아온다. 돌아서서 나오는 데 놓지 않는다. 몇 날 며칠을 휩싸인다. 내 안의 무언가가 흔들린다. 누구라도 같이 얘기 나누고 싶다. 우연히 마주친 작품 하나가 오래도록 마음을 사로잡는다. 누군가의 인생을 바꿔버렸다는 책 한 권, 영화 한 편, 그림 한 점은 모두 그런 식으로 작동하는 것이다.
권 정생 선생이 말씀하시길 좋은 책은 사람을 불편하게 만드는 책이라 했다. 광고 또한 그 '불편함'이 15초의 뒤를 추동하는 힘이다. 소설가 이 윤기 선생은 문학은 대답이 아니라 질문이라고 했다. 광고도 마찬가지다. 광고가 예술이라는 게 아니라, 작동 방식이 흡사하다는 얘기다.
그런 광고가 있다. 기름기 좔좔 흐르는 화면발에, 잘생기고 예쁜 탤런트, 꽉 들어찬 사운드에, 아귀가 딱 맞는 카피... 그런데 이상하게 그때뿐이다, 돌아서면서 벌써 희미해진다. 너무나 익숙한 게 죄요, 너무 편안한 게 흠인 광고 말이다. 스테레오 타입이라 부르든 루틴이나 클리셰라 부르든 다 같은 얘기다. 관습에 복무할 거면 우리가 뭐 땜에 날 밤을 지새우는가.
좋은 광고를 만나면 조동아리가 근질거린다. 야, 너 그 광고 봤냐? 그래서 TV CM을 <Conversation Starter>라고 부른다. 바이럴은 어디 맨땅에 헤딩하는 일이라 드냐.
티브이 커머셜은 15초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15초 뒤를 비워 놓는 것이다. 화력 좋은 번개탄이라고 생각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