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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강 Jan 05. 2023

작렬 포인트 論

광고 크리에이터 교본 32.

이 바닥 용어로 <야마>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는가?


그다지 재미없는 코미디 한 꼭지를 봐도 어디선가 한 군데는 빵 터지는 구석이 있다. 그게 속칭 <야마>다. (일본말이겠지? 산꼭대기가 솟아올랐듯 작품 속에서 솟아오른 부분이니 '야마', 山이라는 거겠지?) 싸구려 영화 한 편을 보고 돌아서도 이상하게 뇌리에 남는 시퀀스 한 군데가 있을 수 있다. 그림이 아니라면 잠자리 내내 귓가를 맴도는 어이없는 대사 한 줄이라도. 그런 부분들이 속칭 <터지는> 포인트가 될 수 있다.  우연이라도 그럴진대 철저하게 계산된 <작렬 포인트>의 위력은 어떻겠는가? 


자칫 평범해질 수도 있는 15초 CM을 폭발력 있게 바꾸어 버리는 마법 같은 한 점. 작렬 포인트는 포스 만땅의 카피 한 구절이 될 수도 있고, 셀레브리티나 Code sound 혹은 마치 그 CM을 위해 존재했던 것만 같은 절묘한 BGM 일 될 수도 있고, 허를 찌르는 내레이션이나 기발한 캐릭터, 잘 짜인 미장센이 될 수도 있다. CM의 요소가 어디 한두 개인가. TV CM은 반드시 15초 중 어느 한 군데에서는 터져 줘야 마땅하다. 15초가 끝난 뒤에도 마음에 한 줄 흔적을 남겨 놓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반드시 CM의 그 많은 요소들 가운데 일부를 <어긋나게 놓아야> 한다. 모든 요소가 나란히 줄을 맞춰 세워 놓는 것보다는 한 녀석이 삐죽이 새어 나와 있는 게 훨씬 주목을 끌지 않겠는가. 이것이 <어긋나기>의 노림수이다.


<작렬>시키라고 했더니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첫째가 고성방가형이고 둘째가 스트립쇼형이다. <작렬>은 무작정 데시벨을 높이거나, 15초 내내 정신없이 찧고 까부는 고성방가 아니다. 또, 주제와 별반 관련 없는 부분에서 훌떡훌떡 옷을 벗어던지는 것도 아니다. 기억해 두라. <작렬 포인트>는 꼭 나서야 할 부분에 나서서 굵고 강렬하게 던지는 극강의 초식이다. 터져야 할 데서 터지지 않고, 엉뚱한 데서 터진다는 것도 계산이 잘못됐다는 얘기다.  불발탄보다야 낫겠지만.

 

내내 흑백이었던 영화 속 단 한 군데, 소녀의 외투만이 빨갛게 선명하던 스필버그의 영화를 기억하는지. 그대가 만들 CM의 요소들 가운데 누구에게 빨간 외투를 입힐 것인가? 매 작품마다 고민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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