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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강 Jan 18. 2023

N-1 論

광고 크리에이터 교본 41.

다른 말로 하면 이른바 <One man Business 論>이다. 


야구가 투수 놀음이라면 광고 크리에이티브는 가히 CD 놀음이다. 악랄하게 얘기하자면 둘 다 똘똘한 놈 한 놈에 기대어 단체로 피 빨아먹는 종목이란 뜻이다. 그러니 묻지 않을 수가 없다. 열 사람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면 열 배의 크리에이티브가 나오고, 全社的으로 진행하는 프로젝트는 전사적인 역량이 발휘되는가? 크리에이티브의 퀄리티가 참여하는 쪽수에 비례하는가, 과연? n-1 論의 관점에 따르면 결론은, 앱솔루틀리 낫,이다.

 

열 명이 참여하든 백 명이 참여하든 한 프로젝트에 관여한 멤버의 n-1은 나머지 그 한 사람에게 빚을 지게 된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 한 사람이 누구인가. 해당 프로젝트의 팀원일 수도 있고 때로 담당 중역이나 사장님 같은 프로젝트 조직 밖의 <고스트 크리에이터> 일 수도 있다. 물론 프로젝트 리더인 CD가 그 한 사람인 경우가 가장 바람직하지만. 그 한 사람은 바로 Key Idea을 찾은 자, 이른바 Golden Thread를 찾은 자라고 할 수 있겠다. 


문제는, 무엇이 대체 Golden Thread라 불릴 만한 것인가 하는 시각의 차이인데, 이 시각 차이 때문에 성공한 광고캠페인의 뒤 뜰에는 저마다 자신이 그 캠페인의 주인공이라는 사람들로 오글거리 대는 반면, 실패한 캠페인의 뒷마당엔 아무도 얼씬거리지 않은 유령 캠페인이 되는 기현상이 일어난다. 누가 일등공신인가 하는 문제는 각자 회사 사정에 따라 알아서 하시고 내 원칙은 이렇다.


아이디어는 본래 체인 리액션이다. 최초의 발화지점에 가장 큰 경의를 표해 마땅하다. 이런 건 어떨까,라며 시답지 않은 얘기를 던진 그 사람(혹은 그 시답지 않은 얘기에 안테나를 불현듯 세우고 아연 번듯한 자식으로 환골탈태시킨 사람)이 바로 <Golden Thread를 찾은 자>라는 뜻이다. 물론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거기에 트루기를 입히고 캐릭터를 부여하고 메시지를 정교화하고 음악을 깔고.... 등등 아직도 갈 길이 멀지만, 최초 아이디어의 위대함에 비하면 미안하지만 육체노동에 가까운 일이다.

 

새겨듣길 바란다. 광고 일이란 게 사실 한 사람이 하면 더 잘할 만할 것을 구태여 여러 사람이 나눠서 하는 일이다. 하지만 거꾸로 한 사람이 절대 혼자 끝을 보기도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므로 기억해라. n-1은 1에게 오마주를 표할 것. 그리고 1은 n-1이 함께 했음에 감사할 것. 숨김없이. 솔직하게. 재능과 팀워크가 모두 살아야 겨우 도달할 수 있는 일이다,  혼자서는 결코 끝낼 수 없는 이상한 one man business다, 광고 크리에이티브는.


詩 한 수 소개한다.


담쟁이 / 도종환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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