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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강 Jan 24. 2023

새총 論

광고 크리에이터 교본 45.

가능한 한 중심에서 멀리 나아가라. 단, 돌아올 수 있을 만큼.

 

새총의 구조는 간단하다. 프레임과 고무줄, 그리고 총알이 전부다. 총알의 파괴력은 프레임이 단단할수록, 고무줄을 최대한 멀리 당길수록 증가한다. 크리에이티브의 파괴력은 주제와 소재의 간극에 있다. 주제(theme)가 프레임이요 소재는 고무줄이다.

 

하나의 주제 혹은 토픽을 정해서 아이데이션을 한다 치자. 대략 세 가지 결과가 나온다. 첫째, 너무 뻔한 케이스다. 그 제품의 언저리에서 누구라도 생각할 수 있는 에피소드와 일차원적 상징이 그 결과일 때 그것을 우리는 상투적,  관습적이라고 한다. 뛰어봐야 벼룩이고 그 나물에 그 밥이다. 아직 초짜이거나 기획 사이드에서 예를 들어 표현할 때 흔히 생기는 현상이다. 고무줄이 끊어질까 겁을 내거나, 고무줄을 길게 당길 공력이 안 되는 경우다.


둘째, 대책이 안 서는 케이스다.  새총 고무줄을  끊어먹는 경우다. 그래, 아예 확 가자고 맘을 먹은 김에 지나치게 멀리 간다. 그런데 만들어 놓고 나니 당최 어디서부터 시작했는지. 도대체 무슨 메시지를 주장하려고 했던 건지. 굳이 이 제품이 아니라도 가능한 얘기는 아닌지. 돌아올 길이 아득하다. 이런 경우를 일컬어 <새가 난다>고 한다. 말마따나 크리에이티브가 아니라 크레이지다. 너무나도 간절히 차별화를 염원한 나머지 <거짓된 차별화의 오류(deceptive differenciation)>에 빠져 버리는 경우다. 아예 뭘 모르는 초짜들이거나, 좀 한다는 친구들이 오만해질 때, 알면서도 조바심을 낼 때 잘 생기는 현상이다. 아직 도를 더 닦아야 한다.


그리고 셋째가 바로 별을 따는 경우다.

인사이트가 제대로 박힌 주제를 이제껏 보지 못했던 방식으로 얘기했으되 충분히 호감 가는 방식일뿐더러 심지어 정확할 때, 총알은 사람들의 심장에 박힌다.(물론 모든 이의 심장에 박히지는 않는다) 이때에 비로소 크리에이티브하다고 한다.  말없이 오직 박수로 맞아주는 케이스다.

 

같은 밥을 먹고 있는 사람들이 좋은 광고를 만났을 때의 반응은 말은 안 해도 다들 비슷하다. 아, 한 대 맞았네. 아아, 씨바, 나도 다 생각해 봤던 간단한 초식인데(정말?^^). 아아아, 진짜 약 오르네. 같은 밥을 먹는 누군가를 약 올렸다면 일단 성공이라 봐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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