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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강 Jan 30. 2023

타짜 論

광고 크리에이터 교본 47.

타짜란 좋은 기술을 나쁜 일에 전문적으로 쓰는 사람을 말한다. 


타짜의 기술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지만 안타깝게도 그가 하는 일은 기본적으로 속임수다. 사기란 말이다. 자, 포탈 뉴스에 떠다니는 말들을 예로 들어 보자. 구조조정, 은 정리해고의 다른 이름이다. 유연성, 이란 내가 하면 옳고 네가 하면 그르다는 이중 잣대의 다른 표현이다. 법질서 확립, 이란 종종 까불면 가만 안 두겠다는 뜻으로 통한다. 오늘날 수많은 정치 유튜버와 프로보커터들의 아버지이자, 역사적으로 악명 높은 나치의 타짜 괴벨스는 <나에게 한 문장만 달라. 누구든 범죄자로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선동은 진실에는 관심이 없다.  자신의 정치적 이득에 따라 거짓의 씨앗을 뿌리고 유통한다. 유대인은 나치의 발명품이다. 오늘의 가짜 뉴스도 그 하나하나가 다 발명품이다. 나쁜 발명품. (서로 가짜 뉴스라고 하니 이제 세상에는 진짜 뉴스 따윈 없다)

 

이미 이 바닥 저 바닥 발에 채는 말이 되었지만, 프레이밍(framing)이란 말이 있다. 워터게이트에서 닉슨이, 저는 사기꾼이 아닙니다,라고 이야기한 순간 모두가 그를 사기꾼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닉슨은 <사기꾼>이라는 프레임에 스스로를 가둬버린 꼴이 되었다. 프레이밍이란 맨땅에 금을 그어 사람들의 생각을 가둔 다음, 자 이제부터 이 금 안에서 생각해 주길 바라, 네가 아는 세상은 이제 이 금 안쪽에서 일어나는 거야,라고 짜 맞추는 일이다. 금 쪼금 밟는다고 죽을 리 없건만 사람들은 좀처럼 금 밖으로 벗어나려 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프레이밍은 때로 교묘한 언어의 울타리를 둘러 세우고 옳고 그름, 좋고 싫음을 전복적으로 느끼게 만드는 데 사용되기도 한다. 말로써 진실을 세탁한다는 뜻이다. 한 마디의 단어로 사람을 가둔다는 의미다. 가스라이팅이다. 기술적으로는 탁월한 행위일지 몰라도 이건 타짜의 짓이다. 사기다.

 

광고 또한 대표적인 프레이밍 행위이다. 그러나 그것은 타짜의 그것과는 달라야 한다. 타짜에게 속지 않으려면 타짜의 기술을 알아야 하지만, 그걸 써먹을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다. 광고의 언어는 진실을 세탁하는 데 쓰는 것이 아니라, 진실을 다만 아름답게 포장하는 데 족하다. 그러니 결코 속지도 말고, 속이지도 말아라. 광고 크리에이터는 타짜가 되기보다는 차라리 어수룩한 아마추어로 남는 편이 낫다. 번지르르한 사기보다는 어눌한 진실이 낫다는 얘기다. 

 

왜냐구? 

진실을 의심받아서 좋은 브랜드는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광고도 진실에 복무한다. 속임수는 뽀록나면 망신이고 패망이며, 그리고 반드시, 뽀록나게 되어 있다. 카피라이터가 되겠다고 의기양양이더니 사기꾼이 되고 싶은 거였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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