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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강 Feb 05. 2023

숙제-문제 論

광고 크리에이터 교본 51.

광고가 광고지.

광고가 다 그렇지.

광고니까 이 정도는 해줘야 돼.

야, 니가 광고주 이겨?

구라 안 치는 광고 있으면 나와 보라 그래.

다 먹고살자고 하는 거 아냐, 왜 그래 중뿔나게.

어차피 별 광고 있관데?

 

이런 태도들이 크리에이터들의 둔재를 합리화시킨다. 아닌 척 해도 불리하면 우리는 이렇게 말할 준비가 되어있다. 이런 말들이 철없는 크리에이터를 관습적 '쟁이'들의 세계로 인도한다. 마음 약한 크리에이터들을 자조하게 만든다.  뻔뻔한 크리에이터들을 기만적인 광고 문법에 숙달되게 만든다. 광고대행사의 근시안적인 영업정책에 박차를 가해서 평판을 멀리하고 오로지 식판에 몰두하게 만든다. 마라톤 회의 끝에 거짓된 합의를 이끌어 낸다. 그래서 얻어낸 질 낮은 평화와 약간의 성과에 자축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냥 쪼금 노예 상태인 상황에서 각자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믿어 버린다. 뭐 어때, 뭐도 모르는 어린것들은 광고 회사 취직 못해서 안달들인데. 끝.

 

우습긴 하겠지만 헤겔을 빌어서 한마디 묻자. 이 바닥은 정녕 현실적인 것이 합리적인 것이냐? 우리도 조금 합리적인 것이 현실적이면 안 되는 것이냐. 광고쟁이는 옳은 것과 옳지 않은 것, 아름다운 것과 덜 아름다운 것, 해야 하는 것과 해서는 안될 것을 가리는 눈을 가지면 안 되는 것이냐. 광고에는 크리에이터의 신념 따위는 들어가선 안 되는 것이냐. 크리에이터가 생각하는 세계관 따위는 더더구나 터무니없는 바람이냐. 오로지 물질적 안녕의 자동적 증대만이 광고의 善인 것이냐. 광고는 과연 세상을 바꿀 수 없는 것이냐. 하던 방식대로 최대한 매끈하게 뽑아내는 것만이 정녕 절대선이냐?

 

그대는 과연 어떤 세상을 꿈꾸고 있는가. 상품이라는 필터를 통해서 그대가 꿈꾸는 세상을 그려 보라. 결코 그런 용기를 잃지 말자. 마감 노동자 乙일뿐이지만 오늘만큼은 한 번쯤 크리에이티브 게릴라가 되어보자. 그래서 단지 세상에 소속될 것이 아니라 단 한 뼘이라도 세상을 자라게 해 보자. 

 

오늘 새로운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그대의 세계관이 바야흐로 전개되기 일보 직전이다. 자, <숙제로 볼 것인가, 아니면 문제로 볼 것인가?> 선택은 그대의 몫이다.  때로는 <태도>가 거의 모든 것을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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