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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강 Feb 02. 2023

위장술 論

광고 크리에이터 교본 50.

둔재와 겉멋은 궁합이 맞다.


이 바닥 생활 얼마 하지 않아도 사람 탈을 쓴 자면 누구나 금방 스스로 알아차리게 된다. 내가 둔재인지 영재인지. 내 칼이 날이 바짝 서게 될지 곧 이가 빠지게 될지. 둔재도 자기 재능을 알아차리는 데는 영재다. 그러다 보면 선택은 두 가지다. 얼른 다른 길을 찾거나 <저스트 서바이브>하거나. 서바이브를 택한 크리에이터들이 선호하는 위장술이 바로 겉멋이다.


이 사람들은 크리에이터로 <살아가는 것>보다는 크리에이터처럼 <보여지는> 쪽에 훨씬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이 바닥이 연예계나 되는 양 본인의 의상이나 스타일에 호사를 부리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형태다. 시작도 끝도 없는 회의를 주식으로 삼는 경우도 흔하다. 건지는 것도 없는 야근을 크리에이터의 조건인 양 하기를 일삼는다. 논리적으로 보이기를 원해서 그러는지 광고 비평가로 나서려 그러는지 몰라도 크리틱은 끊임없이 하면서 정작 무언가를 토해내는 일엔 인색하다. 남의 아이디어를 까대는 일은 당연시하면서 자신의 아이디어에 누가 조금 크리틱이라도 할작시면 제 밥그릇에 누가 침이라도 뱉은 것 마냥 광증을 부린다. 여기저기 선후배들의 인맥관리에 만전을 기함으로써 다음번 이직에 대비한 보험 전선을 구축한다. 술을 한잔해도 청담동의 잘 나가는 바 정도는 가 줘야 한다. (요즘 애들은 어딜 가냐?)


수준 낮은 자존심일랑 얼른 접자. 그리고 본질에 천착하자. 그대 인생 그대가 걸어가는 길, 누가 말리겠나. 다른 회사를 가든 다른 직업을 찾든 그거야 그대의 인생 아닌가만, 있는 동안에는 뭐 하나라도 하고 가야는 거 아닌가? 뭐가 있는 거 같은데, 이게 뭐 뭐가 없는 거, 이것을 겉멋이라고 한다. 본인 빼고 남들 다 환장하겠는 거.


Thinking is your No.1 job.  그대가 아무리 겉멋을 부려도 이 바닥에서 그대의 수명은 앞에 적은 명제에 좌우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 양질의 생각을 하는 것, 그것이 바로 크리에이터로 <살아가는> 유일한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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