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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강 Feb 05. 2023

스트라이크 존 論

광고 크리에이터 교본 52.

<콘셉트>는 다만 <스트라이크 존> 일뿐이다.


스트라이크 존 안에만 해도 대략 공 아홉 개의 플레이스먼트가 가능하며, 볼로 유인한다는 전략이 더해진다면 코너워크를 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훨씬 더 늘어날 수 있다. 게다가 내가 구사할 수 있는 구질의 수까지 조합을 하고 나면 <결정구 ; 위닝샷>을 무엇으로 삼을 것인가 하는 선택의 폭은 몇 배로 커진다. 그 많은 결정구 가운데 그대가 심사숙고하여 선택한 가장 효과적인 구질이 바로 이 번 프로젝트의 승부수이자 노림수이다. 어느 지점에 어떤 구종으로 꼽아 넣어야 승부가 나겠는가를 고민한 끝에 결정한 그 <결정구>, 그걸 광고로 치환하면 크리에이터인 당신이 던져야 할 <테마(theme)>인 것이다.

 

콘셉트 나왔다고 노는 크리에이터들이 있다. 그러다가 잘 안 풀리면 막판에 가서 패악질을 한다. 아무래도 콘셉트가 이상해서 아이디어가 안 나오는 것 같다는. ㅜㅜ. 심지어 이런 경우도 봤다. 팀장이라는 작자가 말하길, 아니 이렇게 자유롭게 생각해도 아이디어가 없는데 콘셉트를 정하면 더 안 나오지 않겠어? 흠...... 그냥 죽자...

 

AE와 CD가 짬짜미를 해서 이렇게 던진다. 이번 콘셉트는 <情>으로 하자. 음... 情이라... 추구하는 바는 얼추... 근데 그림이 안 나온다. 크리에이터가 이렇게 받는다. 이렇게 풀어 보면 어떨까, <악당의 마음에도 情은 있다>, 어라 대충 그림이 나올 거 같다. 전자는 콘셉트이며 프로젝트의 시작이다. 후자는 테마로까지 심화시킨 것이며 프로젝트의 핵심이다. 무릇 크리에이터라면 테마에 집중해야 한다.

 

콘셉트에 방향성이 더해지면 이것을 일컬어 <테마>라고 부른다. 그래서 테마를 뽑아내는 작업을 <디렉션(direction)>이라 부른다. 열차는 다만 콘셉트, 여기에 부산이면 부산 광주면 광주 하는 디렉션이 더해지면 비로소 테마. 대치동은 다만 콘셉트 여기에 962번지라는 디렉션이 더해지면 비로소 테마. 콘셉트는 다만 끼고 앉은 것, 테마는 콘셉트를 살아 움직이게 만드는 것. 어중간하게 콘셉트의 똘똘함에 안주하지 말고 갈 데까지 가보자. 테마가 콘셉트의 동네 한 바퀴를 걸으면 클리셰, 멀리멀리 떠나면 혁명, 떠나서 돌아오지 못하면 좆망. 니가 죽나 내가 죽나 길을 나서라. 독을 먹을 바엔 접시까지.


콘셉트는 스트라이크존, 테마가 위닝샷! 스트라이크 존에 공 반 개 넣었다 뺐다 해봐라. 타자들이 아주 환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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