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이의 육아분노일지
Episode 1. 분노의 미용실
매일 밤 화가 난다. 종일 육아로 지친 몸에 정신에, 그리고 매일 늦게 퇴근하는 신랑 때문에 화가 난다. 누구 하나 다독여주지 않는 이 시간이 반복되며, 경선이는 지쳐갔다. 너무나도 기다렸던 아이이고, 그 누구보다 힘든 과정을 통해 얻은 아기 인 데도, 그 아기를 키우는 과정이 이리도 혹독할 줄은 몰랐다. 나만 하는 육아가 아니다, 다들 그렇게 견디며 하고 있음을 수도 없이 상기시키는데도, 경선이의 분노의 불씨는 좀처럼 꺼지지 않았다.
오늘 경선이는 출산 후, 처음으로 미용실을 다녀왔다. 긴 생머리를 좋아하는 그녀였지만, 선택과 방치는 달랐다. 사진에 혹은 거울에 미친 자신의 긴 머리를 점점 보기 힘들었다. 긴 머리카락이 온 맘을 옥죄는 것 같았다. 그 흔한 미용실 한번 맘 편히 다녀오지 못할 정도로 치열한 육아를 하고 있는 경선이는 일 년 반 만에 찾은 미용실 의자에서 간신히 눈물을 참았다. 입고 온 티셔츠는 너무나도 해져 있었고, 화장기 하나 없는 얼굴은 자다 막 일어난 모습 같았으며, 조명아래 그녀의 모습을 마주한 경선이는, 또 한 번 신랑에게 분노가 치밀었다. 정기적으로 미용실을 가며 자기 관리하는 경선이의 신랑을 생각하며 자신을 이런 모습으로 까지 만든 장본인이 신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샴푸를 하는 미용사의 손길에 다시 한번, 경선이는 울먹임을 삼켰다. 온몸이 구름 위에 있는 것 같았으며, 몸이 보내는 편안한 신호에 살아있음을 느꼈다.
육아 2년 차, 이제는 몸에 피곤함이라는 옷을 항상 입고 있는 기분이다. 몸에 장착된 유니폼처럼 한 몸이 되었다. 향긋한 향과 시원한 손놀림에 그녀에게도 다른 옷이 있음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미용실을 오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아기를 재우고, 부리나케 나와 바로 컷이 가능한 미용실을 찾아 헤맸다. 분명 아주머니들끼리 수다의 꽃을 피우고 있는 와중이었는데도, 예약이 안되어 있어. 거절당하기 일 수였다. 경선이도 예약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안다. 하지만, 규칙적이지 않는 아기의 일상 패턴에 취소해야 하는 예약이 더욱 많았고, 이제는 예약변경을 하는 것조차 미안하여 그냥 무작정 손님을 바로 받아주는 미용실을 찾아 핸드폰 시간을 확인하며 겨우 한 곳을 찾아 들어간 터였다.
바닥에 잘려 나간 머리카락을 보며, 홀가분함을 느끼길 바랐다. 그러나 이토록 긴 머리가 바닥에 나뒹구는 동안 왜 자신은 진작에 미용실조차 한 번을 오지 못했을까 하는 화가 다시 치밀었다.
그러면서도 경선이는 아이가 깨지 않았 나며 신랑에게 카톡을 하며 집으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