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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동일 Jan 21. 2021

생상스 "죽음의 춤"

클래식에 다가가기(10)

생상스의 <죽음의 춤>


글: 신동일(작곡가)


세계 최고의 피겨 스케이터였던 김연아 선수가, 2009년 캐나다 벤쿠버에서 열린 4대륙 선수권대회에서 <죽음의 무도>라는 음악에 맞춰 대단한 연기를 펼치면서 우승하여 화제를 모았던 일이 있었습니다. 그로 인해 <죽음의 무도>라는 작품도 관심을 많이 끌었습니다. 

<죽음의 무도>를 작곡한 카미유 생상스(Camille Saint-Saëns, 1835~1921)는 활동 하던 당시에 프랑스를 대표하는 뛰어난 작곡가였습니다. 어린 시절 피아노와 오르간 연주에서 신동으로 이름을 날렸던 생상스는 어른이 된 후에도 프랑스 음악계를 이끌어 가면서 안정적으로 작곡 활동을 해나갔습니다. 생상스는 베토벤이나 모차르트 정도로 위대한 작곡가라고 할 수는 없지만, 재치 있는 음악적 감각과 대중적인 선율로 여러 작품들이 지금까지 사랑 받고 있습니다. 가장 널리 알려진 <동물의 사육제>를 비롯해서 교향곡 제3번인 <오르간 교향곡>, 바이올린 협주곡 제3번, 첼로협주곡 제1번, <서주와 론도 카프리치오소>, 오페라 <삼손과 데릴라> 등이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진 작품입니다. 

<죽음의 무도>(La Danse macabre Op.40)는 ‘교향시’라는 형식으로 작곡되었습니다. 생상스가 작곡한 4편의 교향시 중에는 단연코 가장 많이 연주되는 작품입니다. ‘교향시’는 작곡가 프란츠 리스트가 고안해 낸 ‘표제음악’의 한 형식으로, 소설과 같은 이야기를 기초로 하여, 작곡가 나름의 방식으로 이야기를 표현하는 대규모 관현악 작품입니다. 생상스의 교향시 <죽음의 무도>는 1870년대에 상징주의 시인 앙리 카잘리스(Henri Cazalis, 1840-1909)가 오래된 프랑스 괴담을 소재로 쓴 시를 바탕으로 작곡되었습니다. 생상스의 교향시 <죽음의 무도>에는 재미있는 음악적 표현을 많이 발견할 수 있는데, 음악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다음과 같습니다. 

음악이 시작되면 밤12시를 알리는 종이 울립니다. 공동묘지에서 12번 종이 울리고 나면 바이올린 독주가 묘한 선율을 연주하며 해골들을 불러내 파티를 시작합니다. 곡의 주요 부분은 무도회가 진행되는 춤곡으로 전개됩니다. 중간 중간 실로폰이 연주하는 딱딱거리는 음형은 해골의 뼈가 부딪히는 소리를 나타냅니다. 무도회가 절정에 다다를 즈음 새벽을 알리는 닭소리가 들립니다. 닭소리도 악기로 표현됩니다. 새벽 닭소리가 들리면 해골들은 혼비백산하여 무덤 속으로 사라집니다. 

생상스의 재치는 이 작품을 <동물의 사육제>와 이어지게 만들었습니다. <동물의 사육제> 12번째 곡의 제목은 <화석>입니다. 이 곡에는 “반짝 반짝 작은별”과 같이 오래된 프랑스의 노래 선율들을 많이 등장시켜 ‘화석’을 표현하고 있는데, ‘화석’의 주요 주제 중 하나가 <죽음의 무도>에서 실로폰이 연주하는 음형이고 <화석>이라는 곡의 처음부터 연주됩니다. “화석”을 표현하는 프랑스의 옛 선율 중 하나로 자신이 작곡한 “뼈가 부딪히는 소리”를 포함시켰다는 것이 재미있고 절묘한 발상이라고 생각됩니다. 


▷ 음악상식: 교향시

베토벤의 <전원교향곡>과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에서 싹을 틔운, 오케스트라를 위한 대규모 표제음악의 발전은 프란츠 리스트(Franz Liszt; 1811~1886)가 생각해 낸 “교향시”(Symphonic Poem)로 완성됩니다. 교향곡이 보통 3~4개의 악장으로 구성된 것과 달리, 교향시는 단 하나의 악장으로 되어 있습니다. 19세기 낭만주의 음악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인 문학성을 담은 음악 형식인 교향시는 시, 소설 등 문학 작품 외에도 그림이나 자연 풍광 등 음악 외적인 소재를 대규모 오케스트라 음악으로 표현하는 음악 장르입니다. 그래서 교향시는 항상 특별한 제목을 갖게 됩니다.

교향시를 처음 만들어 낸 리스트의 첫 번째 교향시의 제목은 <전주곡(Les Préludes)>(1848)으로 라마르틴의 〈명상시집(Méditations poétiques)〉에서 영감 받은 작품이고, 리스트의 교향시 중에서 가장 유명한 곡입니다. 리스트는 총 13곡의 교향시를 작곡했습니다.

리스트 이후 많은 작곡가들이 교향시를 작곡했습니다. 무소르그스키의 <벌거숭이 산의 하룻밤(Night on Bald Mountain)>(1867), 차이코프스키의 〈프란체스카 다 리미니(Francesca da Rimini)〉(1876), 그리고 체코의 민족주의 음악가 스메타나는 6개의 교향시를 연작으로 묶어 <나의 조국(Mé vlasti)〉(1874~79)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했습니다. 스메타나의 교향시 <나의 조국> 중에서는 제2번 <몰다우(Moldau)>가 가장 유명합니다. 핀란드의 대표 작곡가 시벨리우스도 핀란드 전설을 소재로 한 교향시를 여러 곡 작곡했는데, 가장 유명한 곡은 <핀란디아>(1899)입니다.

그러나 교향시를 가장 발전시킨 작곡가는 단연 리하르트 스트라우스(Richard Strauss; 1864~1949)입니다. 오스트리아의 작곡가 리하르트 스트라우스의 교향시는 제일 먼저 규모의 거대함을 내세웁니다. 대형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악상으로 관객을 압도하고, 연주시간이 40분 이상 1시간 가량 되는 곡도 있습니다. 교향시는 보통 10~15분 정도, 길어야 20분 정도입니다. 스트라우스의 대표적인 교향시로는 <돈 주앙(Don Juan) Op.20>, 〈틸 오일렌슈피겔의 유쾌한 장난(Till Eulenspiegels lusitge Streiche Op.28)〉, 그리고 영화음악이나 광고 음악 등으로 많이 사용되었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Also sprach Zarathustra Op.30)〉, 자기 자신의 자서전적 내용을 담은 〈영웅의 생애(Ein Heldenleben Op.40)〉 등이 있습니다.

https://youtu.be/71fZhMXlGT4

생상스 교향시 "죽음의 춤" 감상


https://youtu.be/ajjsXduJwyM

작곡가 신동일과 음악컬럼니스트 임정빈의 해설 영상

▷ 음악상식: 교향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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