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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동일 Mar 30. 2021

헨델 "메시아"

클래식에 다가가기(11)

헨델 <메시아>


글: 신동일(작곡가)


서양음악 역사상 가장 많이 연주되고 있는 작품 중 하나로 프레드릭 헨델(Georg Friedrich Händel; 1685~1759)의 오라토리오 <메시아(Messiah)>를 꼽을 수 있습니다. 헨델의 대표작으로 널리 알려진 오라토리오 <메시아>는, 헨델의 음악이 가장 원숙했던 시기인 1741년 여름에 약 3주간에 걸쳐 작곡되었고, 이듬해 4월 더블린에서 초연되었고, 다시 1년 뒤에 런던 초연을 가졌습니다. 연주시간이 2시간 이상 되는 대곡이기 때문에 전체적인 구성을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오라토리오(Oratorio)”는 합창이 중심이 되는 극음악입니다. 헨델 시대에 오라토리오를 공연할 때는 주요 등장인물을 맡은 독창자들은 캐릭터에 맞는 의상을 갖추고 무대에 나와 연기도 하면서 노래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헨델의 <메시아>는 드라마를 배제하고 종교와 신앙에 대해 초점을 맞춰 음악회 형식으로 공연합니다. <메시아>는 서곡을 포함하여 총53곡으로 되어 있고, 이를 총3부, 16장면으로 나누었습니다.(제1부 5장, 제2부 7장, 제3부 4장) 가장 유명한 <할렐루야>는 제2부의 마지막 곡입니다. 전체의 장면 별 구성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각 장면은 최소 1곡에서 최대 9곡까지 포함하고 있습니다.     


[1부]
1장: 구원에 대한 이사야의 예언 (Isaiah's prophecy of salvation)
2장: 다가오는 심판 (The coming judgment)
3장: 그리스도의 탄생에 대한 예언 (The prophecy of Christ's birth)
4장: 목자들에게 고함 (The annunciation to the shepherds)
5장: 그리스도의 치유와 구원 (Christ's healing and redemption) 

[2부]
1장: 그리스도의 수난 (Christ's Passion)
2장: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 (Christ's Death and Resurrection)
3장: 그리스도의 승천 (Christ's Ascension)
4장: 천국에 오르신 그리스도 (Christ's reception in Heaven)
5장: 복음에 대한 설교 (The beginnings of Gospel preaching)
6장: 세상이 복음을 거절함 (The world's rejection of the Gospel)
7장: 하느님의 궁극적인 승리 (God's ultimate victory) 

[3부]
1장: 영생의 약속 (The promise of eternal life)
2장: 시판의 날 (The Day of Judgment)
3장: 끝내 죄를 극복하다 (The final conquest of sin)
4장: 메시아를 찬양 (The acclamation of the Messiah)

런던 초연에서 <할렐루야>가 연주되자 영국 왕 조지 2세가 감동한 나머지 자리에서 일어나자 모든 이들이 다 일어났다는 설에서 비롯되어, 오랫동안 <할렐루야>가 연주될 때 청중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나는 관습이 생겼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할렐루야>가 연주될 때 청중들이 다들 자리에서 일어나곤 했는데, 영국 왕이 초연 시 참석했다거나, 이후의 〈메시아〉 연주에 참석했다는 확실한 증거도 없고, 연주 중간에 자리에서 일어나는 게 공연 분위기를 해치기 때문에 이런 관습은 따라하지 않는 게 좋다는 지적도 많이 있습니다. 

<메시아>의 초연은 사순절 기간에 맞춰 이루어졌는데, 요즘에는 크리스마스 기간에 주로 연주됩니다. 그래서 해마다 연말이 되면 워낙 자주 공연되는 작품이기에 적당한 <메시아> 공연을 관람하시거나, 유투브에 <메시아> 전곡 연주 영상이 많이 있기 때문에, 전체 작품을 감상해 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그래도 전체 53곡 중에서 좀 더 귀 기울여 들어볼 만한 몇 곡을 순전히 저 개인의 취향으로 추천해 드립니다. 

제가 <메시아>를 처음 듣기 시작할 청소년기에는 서곡(Shinfonia)에 대한 인상이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보통 오라토리오나 칸타타 제일 처음에 서곡을 연주하는데, 대부분 평범한 스타일의 음악이 많고, <메시아>의 서곡도 그저 그런 서곡 중의 하나입니다. 위키피디아를 검색해 보니 다른 음악 관계자들도 이 서곡에 대해 예로부터 <메시아>에 걸맞지 않는 졸작이라는 평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런 평범한 서곡이, 제가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점 좋아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요! 들을수록 뭔가 묘하게 끌리는 데가 있습니다. 유투브에서 <메시아> 전곡 연주를 클릭하면 자연스레 제일 처음 들을 수 있는 곡이니 관심을 갖고 들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제1부는 그리스도에 대한 예언과 메시아를 기대하는 희망, 탄생의 축북 등을 내용으로 하고 있어서 전체적으로 음악 분위기가 밝고 아름답습니다. 초반에 테너가 노래하는 제3번 “모든 골짜기가 높아지리라” (Ev'ry valley shall be exalted)는 힘차고 희망에 찬 선율이 친근하게 다가옵니다. 이어지는 합창곡인 제4번 “신의 영광” (And the glory of the Lord) 역시 단순하고 귀에 쉽게 들어오는 힘찬 선율이 특징입니다. 제12번 합창곡 “우리를 위해 태어나셨다” (For unto us a child is born)는 <메시아>의 합창곡들이 가진 음악적 특징을 잘 나타내주는 대표적인 곡으로 손꼽을 수 있습니다. 가사 매 구절의 마지막 모음을 길게 늘여서 빠르고 정교한 선율을, 마치 악기가 연주하듯이 노래하는 어려운 테크닉이 필요한 곡입니다. 이런 기법이 <메시아>의 합창곡에 많이 사용되고 있는데, 그중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아름다운 합창곡입니다. 제21번 “그의 멍에는 가벼워” (His yoke is easy) 역시 제12번과 비슷한 분위기의 합창곡인데, 이 곡도 선율이 인상적입니다.


제2부는 그리스도의 고난과 부활을 주제로 하고 있는 만큼, 구성이 복잡하고 음악 스타일도 친절하지 않습니다. 제2부는 곡마다 따로 감상하는 것보다 이야기와 음악의 흐름을 따라가며 깊이 잠겨 보는 것이 좋습니다. 그중에서 제26번 “우리 모두는 버려진 양과 같아” (All we like sheep have gone astray)는 밝고 명쾌한 합창곡으로 따로 감상해도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곡입니다. 가장 유명한 제44번 “할렐루야” (Hallelujah)는 다른 곡보다는 훨씬 단순하지만 높은 음역을 계속 노래해야 하는 점에서 쉽지만은 않은 곡입니다. 단순하고 명료한 선율과 반주로 누구에게나 친숙하게 다가가는 명곡입니다. 제1부와 제2부의 40여곡을 거쳐 듣게 되는 "할레루야"는 확실히 감동을 줍니다.


“할렐루야”에서 바로 이어지는 제3부의 첫 곡, 제45번 “내 주는 살아계시고” (I know that my Redeemer liveth)는 대단히 아름답고 서정적인 소프라노 아리아입니다. <메시아>의 독창곡 중에 가장 돋보이는 노래입니다. 그리고 베이스 아리아인 제48번 “나팔이 울리리라” (The trumpet shall sound)는 실제로 트럼펫이 연주하는 나팔 소리가 시원하게 들리는 곡입니다.


그 외에도 좋은 곡이 많지만, 널리 알려진 곡 중에서 클래식 입문자가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곡들 위주로 개인적인 취향을 더해서 추천해 드렸습니다. 


헨델은 독일에서 태어났지만, 전성기를 영국에서 지낸 영국의 작곡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국의 오페라와 오라토리오를 대중예술로 자리잡도록 발전시켰고, 영국 음악의 스티일을 만들어 가는데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메시아>도 물론 영어 가사로 되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헨델의 오페라 작품들은 요즘 관객들 정서에는 너무 옛스러운 음악이어서 쉽게 친해지기 어렵습니다만, 오라토리오 <메시아> 만큼은 지금 들어도 정서적 거리가 크지 않은 명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8세기 유럽 음악에 다가가기 위한 관문 역할을 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작품이 바로 헨델의 <메시아>입니다.




음악상식  오라토리오

합창이 중심이 되는 음악 장르가 몇 가지 있는데, 오라토리오(Oratorio)도 그중 하나입니다. 오라토리오가 다른 합창음악 장르와 구별되는 가장 큰 특징은 극적인 구성을 가진다는 것입니다. 칸타타, 미사, 레퀴엠 등 다른 합창음악 장르는 그냥 연주회 형태로 공연되는데 비해, 오라토리오는 독창자들에게 일정한 캐릭터가 부여되고, 종종 그에 맞는 의상과 분장을 하고 다소 극적인 노래들을 부르게 되며, 나레이터 역할을 따로 두어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오라토리오는 성경의 내용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교회에서 예배를 위해 주로 작곡되었던 칸타타(Cantata)와 달리, 극장 공연을 위해 개발된 장르입니다. 이탈리아에서는 종교오페라의 성격을 띄었는데, 교회에서 무대미술 등을 시각적 표현을 엄격하게 제한했던 17세기 후반에 오페라를 대신하는 공연 양식으로 크게 인기를 끌었습니다. 독일에서는 오라토리오가 예수의 고난을 다룬 “수난곡” 형태로 발전하기도 했고, 영국에서는 헨델에 의해 다양한 양식의 오라토리오가 개발되었습니다.


이탈리아에서 오라토리오가 시작되고 한 때 인기를 누렸지만, 오라토리오를 대중적인 장르로 발전시킨 대표적인 작곡가는 프레드릭 헨델(Georg Friedrich Händel; 1685~1759)입니다. 헨델의 오라토리오는 영어 대본으로 작곡된 최초의 작품들이기도 합니다. 그의 오라토리오들은 대부분 오페라 극장에서 오페라 가수들이 출연하여 공연했고, 영국에서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헨델의 대표작 <메시아(Messiah)>는 극적 구성을 최소화한 작품으로 초연 당시에는 반응을 엇갈렸지만, 지금은 최고의 오라토리오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바흐와 헨델의 시대가 지나가면서 오라토리오 작곡은 점점 시들해졌습니다. 하이든(Franz Joseph Haydn)이 말년에 창세기의 내용을 다룬 오라토리오 <천지창조(Die Schöpfung)>(1798)와 농촌의 목가적인 생활을 다룬 <사계(Die Jahreszeiten)>(1801) 등을 작곡했고,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의 <감람산의 그리스도(Christus am Ölberge)>(1802) 등이 있는데, 19세기가 지나면서 오라토리오 작곡은 점점 줄어들었습니다. 19세기의 가장 중요한 오라토리오는 멘델스존(Felix Mendelssohn)의 <엘리야(Elijah)>를 꼽을 수 있습니다. 구약성경에 등장하는 선지자 ‘엘라야’를 주인공으로 하는 이 작품은 연주시간이 3시간여에 달하는 대작으로, 초연 당시 19세기의 <메시아>라고 불릴 만큼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20세기 이후에는 꼭 성경적인 내용이 아니더라도, 합창 중심의 음악극 형태의 작품들이 “오라토리오”라는 장르로, 또는 “오라토리오”로 여겨지는 형태로 간간이 발표되었습니다. 20세기의 주요작품으로 스트라빈스키(Igor Stravinsky)의 <오이디푸스 왕(Oedipus Rex)>(1927), 오네거(Arthur Honegger)의 <다윗왕(Le Roi David)>과 <화형대의 잔다르크(Jeanne d'Arc au bûcher)>(1938), 쇼스타코비치(Dmitri Shostakovich)의 <숲의 노래(Song of the Forests)>(1949), 펜데레츠키(Krzysztof Penderecki)의 <누가 수난곡(St. Luke Passion)>(1966) 등이 있습니다.




https://youtu.be/2-QV_I-xseA

헨델 "메시아" 전곡 연주


https://youtu.be/HzSFuP3ZZgw

작곡가 신동일과 음악컬럼니스트 임정빈의 헨델 "메시아"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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