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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동일 Feb 15. 2021

이야기 콘서트 "시리동동 거미동동"

<노란우산> 작업을 하면서 유명한 그림책 작가 몇 분을 알게 되었다. 권윤덕 선생님도 그 중 한 분이다. 2003년 말쯤에 권윤덕 선생님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이듬해 1월 중에 경기도에서 그림책 작가 6분의 원화 전시회를 하는데, 이 그림책들을 활용한 공연을 부대행사로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예산도 많지 않고 시간도 촉박해서 혼자 감당하기가 어려워 후배 작곡가에게 부탁해서 둘이 작업을 진행했다. 몇 작품은 기존 클래식 음악을 선곡해 붙여서 음악동화를 만들었고, 몇 작품은 새로 작곡을 했다. 권윤덕 선생님의 <시리동동 거미동동>도 그 중 한 편이었는데, 출판된 지 얼마 안 된 신작이었다. 제주도 전래동요를 각색한 텍스트를 바탕으로 한 그림책이었는데, 내용은 전래동요에서 흔하게 발견할 수 있는 말꼬리잇기였다. 말꼬리잇기 하면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빨가면 사과...” 등을 쉽게 떠올릴 수 있을 것인데, 이 노래는 최신 노래이고, 전래 동요 중에는 매우 다양한 말놀이 가사들이 있다. 

<시리동동 거미동동>은 제주도 자연을 배경으로 한 서정적인 내용이었고, 마지막에 마음을 울리는 감동도 있는 작품이었다. 나는 이 작품을 관객들이 단숨에 따라 부를 수 있는 노래로 만들어 함께 노래 부르는 순서를 만들 생각으로 작곡했다. 무대 위의 가수가 한 소절 부르면 관객들이 그대로 따라 부르는 형식의 노래였다.  

이 행사를 마치고 몇 달 뒤,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다. <시리동동 거미동동> 전국 순회 원화전시회를 계획하고 있는데, 전시회 한 꼭지로 애니메이션을 제작해서 상영하려고 한다는 내용이었다. 노래를 녹음해야 했다. 음원 제작비를 지원받아 녹음을 했고, “오돌또기”라는 애니메이션 제작사에서 3분 분량의 애니메이션을 완성했다. 애니메이션은 그림책 원화의 톤을 그대로 살린 매우 뛰어난 작품이었다.  



한편 “톰방”은 2004년 여름 한 달 동안 공연했던 놀이노래극 <이야기 할아버지의 이상한 집> 적자의 충격을 벗어나지 못하고 아무 일도 못한 채, 가을과 겨울 내내 개점휴업 상태로 허덕이고 있었다. 어느 겨울 날, 톰방을 함께 운영하는 친구 박병곤이 “우리 뭐라도 해야 되지 않겠냐?”고 했다. 그래서 뭘 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았다. <이야기 할아버지의 이상한 집> 노래들은 애초에 극과 상관없이 작곡한 것이고, 반응이 좋아서 살릴 수 있었다. <즐거운 세상>은 간단하게 공연할 수 있도록 12곡에 대한 그림을 제작해 놓았다. 그리고 <시리동동 거미동동>이 있었다. <시리동동 거미동동>을 타이틀로 하면 출판사로부터 어떤 형태로든 협조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았고, 그림책의 그림을 포스터로 활용하면 홍보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그렇게 출판사의 이런저런 도움을 얻고, <이야기 할아버지의 이상한 집>에 참여했던 소리꾼과 연주자들의 헌신적인 참여로 “이야기 콘서트 <시리동동 거미동동>” 공연이 준비되었다. 초연은 2005년 2월 중에 이틀 간 4회 공연을 계획하고 포스터를 걸었다. 그리고 반응이 왔다. 공연은 매진되었고, 프로그램을 조정해서 3월에 추가 공연을 잡았다. 매진이 계속되었다. 5월 어린이날에는 초청 공연까지 겹쳐 공연팀을 하나 더 만들어야했다. 이렇게 시작된 “이야기 콘서트 <시리동동 거미동동>”은 이후 10여년 동안 다양한 형태로 공연을 이어 나갔다. 이 공연을 거쳐 간 수 십 명의 소리꾼들은 각자의 영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2010년 어린이날 저녁 뉴스에서 어린이 공연 유료 관객 점유율 1위 공연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그림책과 공연이 연계하여 가장 좋은 시너지를 발휘한 사례로 평가받았다.  

이야기 콘서트 "시리동동 거미동동"의 한 장면

때로는 의도한 대로 일이 풀리지 않는 경우도 있고,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성공하기도 한다. 문화 예술은 그런 일들이 더 많은 것 같다. 그렇게 “톰방”은 다시 살아났다.    



 

▶ 아티스트 소개


권윤덕: 그림책 작가. 그림책 <시리동동 거미동동>, <만희네 집>, 글자벌레 시리즈, <엄마 난 이 옷이 좋아요>, <꽃할머니>, <피카이아>, <고양이는 나만 따라해>, <나무도장> 등


박병곤 나와 함께 음악극창작집단 톰방의 공동대표이다. 클래식 음악을 좋아해서 가장 친하게 되었던 고등학교 친구. 2002년 직장을 그만 둔 뒤 나와 함께 이바지 프로덕션(현 톰방)을 설립하고 어린이를 위한 음악극을 꾸준히 제작해 왔다.  



https://youtu.be/ugofwRkbE8I

"시리동동 거미동동" 애니메이션, 음악이 2차례 반복되고, 2번째는 그림책 원화를 보여준다. 제작진 크레딧은 마지막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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