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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동일 Feb 21. 2021

독도 아리랑

콘서트 드라마 "굿모닝 독도" 이야기

제 다른 매거진 "작곡가로 산다는 것"은 작품과 제가 살아온 여정을 엮어서 쓰고 있는데, 새 매거진 "신동일의 음악세상"에서는 작품 자체에 대한 이야기 위주로, 또는 좀 짧은 사연들을 소개하는 글들을 올리고자 합니다. "작곡가로 산다는 것"을 좀 더 쓰고 새 매거진을 만들 생각이었는데, 갑작스런 이벤트가 생겨서 글을 하나 급하게 정리해 보았습니다. ^^


“이 분하고 하는 일이라면 꼭 함께 해야지.”     


저에게 이런 마음을 갖게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민간 오페라단으로 의미 있는 작업을 꾸준히 해 온 서울오페라앙상블을 평생 일구어 오신 연출가 장수동 선생님도 그중 한 분인데요, 2019년12월에 작품을 하나 같이 하면 좋겠다는 연락을 주셨습니다. 예술의전당 대표님이 아이디어를 내서 갑자기 추진된 일이라고 하여 제작 일정이 촉박했습니다.

     

일본이 매년 2월22일을 다케시마의 날로 정해서 여러 가지 행사를 벌이면서 독도 영유권 주장을 펼치고 있는데, 여기에 대해 문화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 비슷한 시기에 공연하자는 것이었습니다. 문제는 마침 2020년1월 초에 스페인으로 가족 여행을 가기로 예약이 잡혀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연출가 선생님께서 연락을 주신데다가 이런 취지의 일을 어떻게든 해야 한다는 생각은 드는데, 일정이 문제였습니다. 고민 끝에 아내와 상의하여 제가 여행을 안 가는 쪽으로 의견을 모아 여행사에 문의했으나 시기가 너무 늦어서 환불이 안 된다고 했습니다. 할 수 없이 여행을 가고, 작곡 일정을 최대한 쪼개고 조정해서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우선 예술의전당에서 공연에 포함시키기를 원하는 한돌 작곡 <홀로 아리랑>을 3일 만에 오케스트라와 합창이 연주할 수 있도록 편곡해서 전달하고, 1월에 여행에서 돌아오는 대로 녹음하기 위해 녹음실 등을 섭외해 놓고 연습을 시작했습니다. 여행 떠나기 전에 최대한 많은 곡을 써놔야겠다는 생각으로 12월 말까지 열심히 작업해서 한 4-5곡 정도는 전달했던 것 같습니다.       


스페인 여행이 1월 초에 약 10일 정도 진행되었는데, 새벽 5시에 일어나서 호텔에서 한두 시간씩 작곡을 해서 이중창 한 곡을 완성하기도 했습니다. 참으로 기억에 남는 여행이었습니다.    

스페인 여행 중 어느 새벽, 호텔에서

  

여행에서 돌아오니 코로나19가 급격하게 확산되기 시작했습니다. 준비는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었는데, 점점 공연을 할 수 있을지 불확실한 상황이 되어 갔습니다. 연출 선생님은 어떻게든 공연은 한다는 자세로 열정을 불태우셨습니다.      


공연 제목은 “독도 아리랑”으로 하고 싶었는데, 예술의전당 의견을 받아들여 <굿모닝 독도>로 정했습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공연 형식은 계속 조정해 나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애초에 연출님이 생각했던, <홀로 아리랑>을 공연장 로비에서 플래시몹 비슷한 형식으로 시작해서 공연장으로 관객과 함께 들어간다는 계획 등 몇 가지를 원하던 일들 을 포기했고, 입장.가능한 관객 수도 계속 조정했습니다. 공연 며칠 앞두고 예술의전당 근처 식당에서 확진자가 나오는 등 코로나19가 극장 코앞까지 위협했고, 예술의전당은 계속 비상 상태였습니다.       


공연 당일은 문화부에서도 임원이 올라올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었는데 공연은 열렸고,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으며 잘 치러졌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예술의전당은 당분간 폐쇄 조치가 이루어졌습니다. 아슬아슬한 공연이었습니다. 애초에 이 작품으로 지방을 돌며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계획도 있었지만, 추가로 진행할 수 있는 일은 없었습니다. 공연을 무사히 치러낸 것만 해도 다행이었죠.     

 

코로나19로 전 국민이 1년 내내 고통을 받아 왔는데, 문화예술계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특히 음악인들 중에서 공연 활동 위주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벼랑 끝에 내몰리는 상황이 이어졌습니다. 코로나 시태가 진정된다고 해도 이전으로 온전하게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래도 올해는 어떻게든 상황이 좋아지기를 바래 봅니다.      


<굿모닝 독도>가 초연한 지 1년 만에 발췌 영상이 공개되었습니다. 이번에도 다케시마의 날 즈음에 맞춘 일정이었습니다. 1년 만에 공연 영상을 보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굿모닝 독도> 공연 중에 피날레 곡으로 작곡한 <독도 아리랑>이 가장 마음에 들어서 글 제목을 <독도 아리랑>으로 했습니다. <독도 아리랑>을 작곡하고 나서, 21세기에 사람들이 후렴구로 부를 만한 새로운 아리랑 선율이 될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공연을 계속 할 수가 없어 악보 창고에서 잠자고 있습니다.   


저는 독도를 가 본 적이 없지만, 공연을 만들면서 독도에 관한 여러 가지를 새롭게 배우기도 했습니다. 독도에 다녀온 사람들은 한결 같이 독도의 자연 환경의 신비로움을 이야기합니다. 소중한 우리 땅, 아름다운 독도를 항상 기억하고 지켜나가야겠습니다.         


 * 공연 사진 제공: 예술의전당



https://youtu.be/Ufu-MhNLuB4

"독도아리랑" 15분21초 ^^

https://youtu.be/0mRrdRU-Nsc

독도아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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