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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동일 Mar 12. 2021

피아노와 합창을 위한 협주곡

합창단과 피아니스트의 역할 바꾸기

합창단 “음악이 있는 마을”은 1996년 창단했고, 1년간 단원 교육과 작품 위촉 등 준비를 거쳐 1997년 창단음악회를 가졌다. 이강숙 단장, 이건용 음악감독, 홍준철 지휘자가 합창단의 방향을 제시하고 이끌어나갔다. 

아내 신은경은 지휘자 홍준철 선생님과 인연이 깊었다. 민족음악연구회에서 활동하던 시절부터 지휘자와 반주자로 함께 음악 활동을 했다. 신은경은 자연스럽게 합창단 음악이 있는 마을 반주자가 되었고, 나도 작곡가로 합창단과 관계를 하게 되었다. 


1997년 7월 7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렸던 창단연주회는 우리나라 합창음악계의 흐름을 바꾸어놓을 정도로 큰 파급력을 가졌던 음악회다.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구성했는데, 첫 무대는 시대별로 발췌한 <아베 베룸 코르푸스(Ave Verum Corpus)“, 이어서 이건용의 창작합창, 이찬수의 음악극, 민요 편곡과 가요 편곡 등의 무대가 이어졌다. 나는 가요 편곡을 담당했었는데, 곡목 선정부터 파격적이었다. 이전까지 합창단에서 부르는 가요들은 서정적이고 다소 가곡 느낌이 나는 노래들을 부르곤 했다. 그러나 ”음악이 있는 마을“은 과감하게 흘러간 옛노래, 댄스 음악 등을 노래하고자 했고, 그에 부응하여 클래시컬하면서도 유머러스하고 재미있는 톤으로 편곡했다. 지휘자 홍준철 선생님은 여러 가지 아이디어가 많은 분이어서 퍼포먼스를 가미하여 코믹하고 역동적인 무대를 연출했다. 우리나라 합창음악의 새로운 물꼬를 튼 음악회였다. 나는 몇 년 후에 문예진흥기금 사후 평가 위원으로 오랜 전통을 가진 규모 있는 합창제를 관람 한 적이 있는데, 많은 합창단들이 거리낌 없는 퍼포먼스와 다양한 아이디어를 활용한 무대를 만들면서 노래하고 있었다. 합창단 "음악이 있는 마을"이 합창음악계에 미친 영향이 어느 정도였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이듬해 두 번째 정기연주회를 위해서 지휘자 홍준철 선생님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피아노와 합창의 역할을 바꿔보자는 것이었다. 합창을 위해 피아노가 반주를 하는 것이 아니라, 피아노 독주를 위해 합창단이 보조적인 역할을 하는 피아노 협주곡을 만들어 보자는 제안이었다. 즉, 피아노와 오케스트라가 협연하는 협주곡이 아닌, 피아노와 합창단이 협연하는 협주곡이었다. 역발상의 아이디어이기도 하고, 오랫동안 함께 활동해 온 피아니스트에 대한 배려이기도 했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아내의 협연을 위해 <피아노와 합창을 위한 협주곡>을 작곡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15분 이상의 단악장 작품으로 작곡되었고, 완성작을 보니 형식적으로 프로코피에프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연상시키기도 했다. 저음을 보강하기 위해 더블베이스를 추가했다. 

가사를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가장 큰 문제였다. 민요의 후렴구처럼 의미 없는 재미있는 말들을 붙이는 게 이상적이었을 텐데, 나에게 아이디어가 별로 없었다. 고민 끝에 <청구영언>에서 사랑에 대한 시조들을 발췌, 각색해서 선율에 맞게 붙이고, <옛사람의 사랑 이야기>라는 부제를 붙였다. 이 작품에 대해 관객들은 좀 낯설어 했던 것 같고, 가장 좋아했던 사람들은 합창단 단원이었다. 초연 이후 합창단원들을 만나면 종종 이 곡을 다시 연주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곤 했다. 


이후에도 합창단 “음악이 있는 마을”과 재미있는 작업을 많이 했고, 이 작업들이 다른 합창단들에게 계속 영향을 주기도 했다.  




아티스트 소개


홍준철 

합창 지휘자. 1996년 합창단 “음악이 있는 마을”을 창단하여 독보적인 합창 레퍼토리를 개발해 왔고, 합창 지휘에 관한 몇 권을 저서도 남겼다. 나는 창단연주부터 수년 동안 합창단 음악이 있는 마을과 함께 활동했다.


 



https://youtu.be/T03LxsBfXr0

신동일 "피아노와 합창, 더블베이스를 위한 협주곡", 연주: 합창단 음악이 있는 마을, 지휘: 홍준철, 피아노: 신은경



* 부록: 합창단 음악이 있는 마을 창단연주회 중 가요합창 스테이지 (편곡: 신동일)


https://youtu.be/06zPUl4Edio

신동일 편곡 가요합창 모음, 연주: 합창단 음악이 있는 마을, 지휘: 홍준철, 피아노: 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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