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동일 Jan 14. 2021

슈베르트 피아노5중주곡 "송어"

클래식에 다가가기(5)

슈베르트 피아노5중주곡 <송어>


글: 신동일(작곡가)


오스트리아 작곡가 프란츠 슈베르트(Franz Peter Schubert; 1797~1828)는 ‘노래’를 사랑한 작곡가입니다. 31살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난 슈베르트는 그 짧은 생애에, 우리가 “가곡”(Lied)라고 부르는 노래 600여 곡을 포함해서 교향곡 등 1,000곡이 넘는 작품을 작곡했습니다. 평생 아름다운 멜로디가 샘솟듯 흘러나왔던 슈베르트는 살아생전에는 인정을 받지 못하고 3류 작곡가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러나 그의 음악은 점점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결국 서양음악 역사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래를 작곡한 작곡가로 이름을 남겼습니다. 
슈베르트의 음악 중에는 노래가 가장 중요하지만, 독일어 가사로 된 슈베르트의 노래를 감상하기엔 언어의 장벽이 있기 때문에, 자신의 노래를 테마 가져와 작곡한 음악을 들어보면서 실내음악(Chamber Music)에 대해서도 알아보겠습니다.


슈베르트의 음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매력적이고 아름다운 멜로디입니다. 슈베르트는 자신이 작곡한 노래 중에서 멜로디를 가져와 기악 연주곡을 작곡하곤 했는데, 그 중에서 가장 유명한 곡이 피아노5중주곡 <송어>(Trout)입니다.


우리나라에서 1970년대 “거울 같은 강물에 숭어가 뛰노네”라는 가사로 번역되어 대중가수들까지 불렀던 슈베르트의 노래는 처음엔 <숭어>라는 제목으로 알려졌다가 “숭어”와 “송어”는 다르다 하여 나중에 <송어>로 바뀌었습니다. 슈베르트 가곡의 대표작 중 하나로 손꼽히는 이 노래는, 슈베르트가 20살 때 작곡했습니다. 그리고 2년 뒤에 <송어>의 멜로디를 포함하여 피아노5중주곡 <송어>를 작곡합니다. 이 곡은 특이하게 전체 5악장으로 되어 있는데, 제4악장에서 <송어>의 멜로디가 등장합니다. 가곡 <송어>의 멜로디는 제4악장에서만 연주되지만, 다른 악장의 분위기도 <송어>와 매우 잘 어울려서 전체적으로 악장끼리 조화가 잘 되어 있습니다.


이 곡의 악기 편성은 좀 특이합니다. 보통 “피아노5중주”는 2대의 바이올린과 비올라, 첼로, 그리고 피아노 등 5악기로 편성되는 게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이 곡에서는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더블 베이스, 피아노가 함께 연주합니다. 저음을 더 보충하려는 생각으로 더블 베이스를 넣었다고 여겨집니다.


제1악장은 여느 곡에서나 마찬가지로 가장 중요하고 길이도 가장 깁니다. 제1악장은 대체로 밝고 힘 있는 분위기로 진행됩니다. 제2악장은 서정적이고 느린 분위기인데, 중간에 좀 어두운 느낌으로 돌아가기도 하지만 대체로 따뜻한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제3악장 스케르초는 가볍고 재치 있는 악상으로 전개됩니다. 제4악장은 가곡 <송어>를 주제로 한 변주곡입니다. 변주곡은 알려진 노래나 멜로디를 테마로 두고, 계속 반복하되 선율에 장식을 붙이거나 여러 가지로 변형하면서, 알려진 노래나 멜로디를 다른 모습을 몇 차례 바꾸어 가는 음악 형식입니다. 이 곡에서도 <송어> 주제를 원곡에 따라 연주한 뒤, 6차례에 걸쳐 변형 반복합니다. 듣고 있으면 <송어>의 멜로디가 점점 귀에 박히게 되겠죠. 마지막 제5악장은 강-약이 대비되는 재미있는 방식의 테마로 시작하여 경쾌하고 빠르게 연주되는 전형적인 마지막 악장 분위기로 40여분의 긴 곡을 화려하게 마칩니다.


전체를 다 듣기는 좀 긴 곡이지만, 음악을 틀어놓고 일을 하거나 책을 읽어도 좋은 만한 작품입니다. 


▷ 음악상식: 실내음악
실내음악 또는 실내악(Chamber Music)은 관현악(Orchestra)처럼 수십 명 또는 100명 이상이 연주하는 게 아니라, 10명 이하의 소규모 합주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2중주는 듀엣(Duet), 3중주는 트리오(Trio), 4중주는 쿼르텟(Quartet), 5중주는 퀸텟(Quintet), 6중주는 섹스텟(Sextet), 7중주는 셉텟(Septet), 8중주는 옥텟(Octet)이라 부르고 그 이상은 “9명의 연주자를 위한 음악” 등으로 표시합니다.
악기에 따라서는, 피아노가 포함되면 피아노3중주(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피아노4중주(피아노,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피아노5중주(2대의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등으로 부르고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와 같은 현악기로만 구성되면 현악3중주(바이롤린, 비올라, 첼로), 현악4중주(2대의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햔악5중주(2대의 바이올린, 비올라, 2대의 첼로) 등이며, 목관5중주(플륫, 오보에, 클라리넷, 바순, 혼), 금관5중주(2대의 트럼펫, 혼, 트럼본, 튜바) 등이 가장 기본적인 악기 편성입니다.
실내음악은 원래 귀족들의 여흥 음악이었습니다. 식사 시간이나 파티, 모임 등에서 몇 명의 연주자들이 팀을 이뤄 가벼운 음악을 연주했던 것이 실내음악의 출발입니다. 또는 연주 능력이 있는 귀족의 일원이 실내악단에서 함께 연주 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베토벤을 지나면서 실내음악은 점점 전문가들의 음악으로 변모해 갔습니다. 그래서 베토벤 이후 작곡가들에게 실내음악은 가장 개인적인 내면으로 담거나 자신만이 하고자 하는 음악적 시도를 하는 중요한 장르가 되었습니다. 작곡을 공부하는 학생들도 실내악곡들을 열심히 공부합니다. 그래서 이제는 가장 어려운 음악이 되기도 했습니다. 독주나 관현악처럼 화려하거나 웅장하지 않고, 담백하면서 가장 작곡가의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음악, 그것이 바로 실내음악입니다.

https://youtu.be/g3k81__bwrM

슈베르트 피아노5중주곡 "송어" 전곡 감상


https://youtu.be/5pBNHdAINiE

작곡가 신동일과 음악컬럼니스트 임정빈의 슈베르트 "송어" 이야기
매거진의 이전글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제5번 "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