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람스 교향곡 제1번

클래식에 젖어들기(6)

by 신동일

브람스 교향곡 제1번


글: 신동일(작곡가)


brahms-young.jpg 젊은 시절의 브람스

브람스(Johannes Brahms; 1833~ 1897)의 첫 번째 교향곡과 관련한 몇 가지 유명한 일화가 있습니다. 브람스는 첫 교향곡을 21세에 작곡하기 시작해서 43세에 완성했습니다. 첫 번째 교향곡을 완성하는데 22년이 걸린 것이죠. 이 교향곡은 초연부터 호평을 받았고, 1년 뒤 오스트리아 빈에서 연주를 관람한 당대의 유명 지휘자 한스 폰 뷜로가 이 곡에 대해 베토벤의 9번 교향곡을 이은 “제10번 교향곡”이라고 극찬했지만, 베토벤의 정신을 이어받으면서도 자기만의 음악세계를 창조해 내고자 노력했던 브람스는 이 반응을 탐탁지 않게 생각했습니다. 특히 가장 규모가 큰 제4악장의 구성과 테마는 베토벤의 합창교향곡 제4악장의 “환희의 송가” 주제를 연상시킨다며 주목 받기도 했습니다. 브람스는 초연 후에도 계속 수정한 뒤에 출판했을 정도로 자신의 첫 교향곡에 집요하게 파고들었고 마침내 걸작을 완성했습니다.


브람스가 자신의 교향곡 제1번 작품68을 22년에 걸쳐 완성했지만, 제1악장을 완성한 뒤 12년 넘게 지난 뒤에 다시 작곡하기 시작했기에 작곡 기간이 22년은 아니라고 평가절하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브람스는 첫 교향곡을 완성하기 전에 여러 가지 다른 관현악곡을 작곡하면서 최선의 교향곡을 작곡하기 위한 준비를 했습니다. 대표적으로 관현악을 위한 세레나데 제1번 작품11과 제2번 작품16, 피아노협주곡 제1번 작품15, 하이든 주제에 의한 변주곡 작품56 등이 있습니다. 2편의 관현악을 위한 세라나데는 교향곡을 준비하기 위한 작품이라는 평가가 일반적이고, 피아노협주곡도 독주 악기 중심의 일반적인 협주곡과 달리, 독주 피아노를 관현악의 일부분으로 다루면서 보다 교향곡에 가까운 짜임새를 갖추었다고 인정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양한 악기 편성을 실내악곡을 여러 곡 작곡하면서 교향곡 완성을 위해 한걸음 한걸음 나아갔다고 여겨집니다. 베토벤도 20대 시절 여러 가지 악기 편성이 실내악곡을 작곡했고, 교향곡 제1번을 내놓기 직전 7중주 작품20과 같은 대규모 실내악곡을 발표하면서 교향곡 작곡의 준비를 마쳤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여러 가지 일화에서 알 수 있듯이, 브람스는 그의 첫 번째 교향곡 완성을 위해 엄청난 연구와 노력을 기울였고, 이 곡은 여러 가지 면에서 교향곡의 모범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뛰어난 걸작입니다.


브람스 교향곡 제1번은 전4악장으로 되어 있는데, 각 악장의 조성은 다소 파격적이면서 절묘하게 연결되어 있고, 악장마다의 구조도 복잡하고 치밀합니다. 전문적인 영역이어서 쉽게 설명하긴 어렵지만, 표면적으로는 고전주의 음악의 틀에서 벗어나 있으면서도 4개의 악장이 매우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음악 용어를 최소화하면서 설명해 보겠습니다.

브람스 교향곡 제1번이 4악장으로 되어 있으니까 4악장 구성을 생각해 보면, 일반적으로 제1악장과 제4악장이 같은 조성으로 되어 있고, 제2악장과 제3악장의 조성이 다릅니다. 제1, 제3, 제4악장의 조성이 같고 제2악장만 다를 수도 있고, 제2악장과 제3악장이 다를 수도 있습니다. 각 악장의 조성은 장조와 단조 중에서 아무거나 선택하는 건 아니고, 제1악장과 제4악장을 중심으로 해서 조성의 선택만으로 전체 4악장이 하나의 악곡으로서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계획을 합니다. 참고로 브람스 교향곡 제1번의 악장 별 조성은 제1악장 c minor, 제2악장 E Major, 제3악장 Ab Major, 제4악장은 c minor로 시작해서 C Major로 변합니다. 작곡 전공하신 분들은 네 악장의 조성이 왜 이렇게 되었는지 아실 수 있을 텐데, 일반적으로 설명하자면 좀 너무 복잡하고, 일단 절대음악의 형식미를 중요시하던 고전주의 시대의 방식과 다르면서도 형식적 완결성을 갖출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이라는 정도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brahms sym1-manu2.jpg 브람스 교향곡 제1번 제2악장 자필악보

1악장은 전체 합주로 강렬하게 시작하는, 예외적으로 압도적인 분위기의 서주로 시작합니다. 주의해서 듣지 않으면 서주 뒤에 이어지는 빠른 템포의 주요 부분과 별 관계 없는 것 같은 느낌이지만, 이 서주 부분은 제1악장 제시부의 제1주제 부분의 핵심적인 요소들을 꼼꼼하게 예견해 놓은 것으로 제1주제 부분의 초반 구성과 거의 유사한 흐름으로 진행됩니다. 괜히 있는 서주가 아니라 제1주제를 준비하기 위해 철저하게 계산된 서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1주제는 여러 가지 음악적 요소가 복합적으로 결합된 다소 복잡한 형태를 갖고 있습니다. 격렬하고 활기차게 나아가는 제1주제와 달리 부드럽고 침착한 분위기의 제2주제는 사실 제1주제의 일부분을 변형한 것입니다. 따라서 제1악장 전체가 제1주제의 영향 아래 전개되는 흐름이 만들어집니다. 대신 제2주제가 전개 되는 과정에서 몇가지 에피소드를 통해 새로운 음형들이 특징적으로 나타나면서, 다양한 요소가 결합된 제1주제에 비해 제2주제가 너무 약화되지 않도록 균형을 잡아주고 있습니다. 이렇게 제시부에서 2개의 주제가 나타났지만, 각각의 주제가 복잡한 형태와 구성을 갖고 있기에, 발전부에서는 제시부에서 나타난 다양한 음형을 적절하게 활용하면서 장대한 전개 과정을 들려줍니다. 13분이 넘는 큰 규모의 제1악장의 종지는 생각보다 조용하고 불완전한 형태를 갖고 있습니다. 제1악장을 독립적인 악곡으로 생각하지 않고 제2악장과 연결을 고려한 엔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4악장 교향곡이나 소나타 등에서 느린 템포의 제2악장은 앞뒤 악장을 연결해 주는 브리지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느린 악장을 중요하게 다루는 교향곡도 꽤 있습니다만, 전체의 구조를 생각했을 때 앞뒤를 연결해 주는 역할로 배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낭만주의 이후로는 느린 악장이 제3악장으로 배치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느린 악장이 점점 중요하게 다뤄집니다.) 아릅답고 서정적인 분위기가 충만한 브람스의 교향곡 제1번 제2악장은 구조적으로 역시 브릿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E Major라는 조성도 그렇고, 종지도 다소 불완전한 형태를 갖고 있습니다. 제1악장과 제2악장의 불완전한 종지 형태는, 앞서 이야기했듯이 각 악장을 독립된 악곡으로 여기지 않고 전4악장의 일부분으로 생각하고 전략적으로 배치한 결과입니다.

제2악장의 E Major라는 조성이 전통적인 방식에서 이 곡의 원래 조성인 c minor 다음에 오기 어려운 조성인데, 제3악장의 Ab Major라는 조성도 c minor의 교향곡에서 선택하기 어려운 조성입니다. 물론 E Major보다는 c minor와 가깝고, c minor의 악장 안에서는 쉽게 나타날 수 있는 조성이지만, 제3악장으로 선택하기 보편적인 조성은 아닙니다. 제3악장의 조성은 제4악장에 대해 2가지 방식의 연결 가능성을 갖고 있는데, 제4악장의 첫 시작을 살펴보면 제3악장에서 연결 가능한 2가지 가능성을 모두 충족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제1, 제2악장과 달리 제3악장은 온전한 형태의 화음으로 끝내고 있는데, 이것을 생각하면 제1악장과 제2악장의 불완전한 종지가 제3악장으로 향하는 준비 과정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고, 이렇게 온전한 형태로 마무리한 제3악장이 제4악장의 첫머리와 완벽하게 연결되는, 기가 막힌 구조를 만들어내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브람스가 자신의 첫 교향곡에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는지 알 수 있습니다.

가장 유명한 제4악장은 연주시간 20분에 달하는 대작입니다. 구성적인 면이나 제1주제의 유사한 분위기 때문에 베토벤의 “합창교향곡”과 항상 비교되곤 합니다. 베토벤의 “합창교향곡” 제4악장 도입부에 서주와 레시타티브 브슷한 음형들이 길게 이어지는데, 브람스 교향곡 제1번 제4악장의 도입부도 비슷한 느낌의 서주가 꽤 길게 이어지다가, 유명한 테마가 현악기에 의해 연주됩니다. 전체적으로 규모가 큰 소나타 형식이고 인상적인 제1주제 외에도 다양한 음형이 특징적으로 등장합니다. 특히 두드러진 점은, 발전부 초반에 제1주제가 선명하고 온전하게 다시 나타나는 대신, 재현부에서 제1주제를 생략하고 제2주제가 바로 나타난다는 점입니다. 재현부에서 원조로 돌아온 제1주제가 다시 연주되면서 느낄 수 있는 안도감 대신 좀 더 드라마틱한 종결부로의 전진을 위해 선택한 방식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래서 제4악장의 재현부 내내 불안정한 느낌으로 긴장감을 쌓아갑니다. 결국 전곡을 마무리하는 제4악장 종결부는 더욱 빠른 템포로 당겨서 제1주제 단편을 이용해 분위기를 최고조로 상승시킵니다. 50분에 걸친 대 교향곡을 마무리하는 장쾌한 종결부로 대단원의 막을 내립니다.

브람스 교향곡 제1번은 22년이라는 작곡 기간 동안 완벽한 형식을 갖춘 작품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는 것을 알 수 있고, 그래서 마침내 베토벤 교향곡의 정신과 음악성을 이어받은 작곡가로서 브람스의 역사적 자리매김을 얻어낸 중요한 작품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youtu.be/-B9nERqEmUA?si=FGnALKLq7eZv-mQ5



▷ 음악상식: 19세기의 교향곡 작곡가들


베토벤 이후 19세기 내내 유럽에서는 많은 작곡가들이 교향곡에 도전했고 명곡도 남겼습니다. 4개의 교향곡을 작곡한 브람스 외에도 대표적인 교향곡 작곡가로는 슈베르트(9곡), 슈만(4곡), 멘델스존(5곡), 차이콥스키(6곡), 드보르작(9곡), 브루크너(9곡), 말러(9곡) 등이 있고, 20세기 이후에도 라흐마니노프(3곡), 시벨리우스(7곡), 프로코피에프(7곡), 쇼스타코비치(15곡) 등 많은 작곡가들이 교향곡을 작곡했습니다.

교향곡작곡가1.jpg 왼쪽부터 슈베르트, 슈만, 멘델스존, 브람스

베토벤 이후의 교향곡 작곡가들은 베토벤의 정신과 음악적 유산을 이어받으면서 자기만의 개성을 만들고자 노력했는데, 베토벤의 업적은 항상 후배 작곡가들에게 부담이 되었습니다. 특히 베토벤이 작곡한 9개의 교향곡, 바로 ‘9’라는 숫자에 큰 부담과 강박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교향곡 작곡가들에게 평생 9곡 이상의 교향곡을 작곡한다는 것이 그들에게 인생의 도전과 과제인 것 같이 받아들여지곤 했습니다. 마치 넘어서기 어려운 악마의 숫자인 것 같은 것이었습니다. 특히 말러(Gustav Mahler)가 ‘9’라는 숫자를 심각하게 의식했던 것 같은데, 그의 아홉 번째 교향곡이 될 <대지의 노래>에 제9번 교향곡이라는 제목을 붙이지 않았습니다. 형식적으로 연가곡으로 해석하기도 하고 교향곡으로 해석도 가능한, 이중적인 양식이기도 하지만, 말러 스스로 “그 어떤 위대한 작곡가도 9번 교향곡을 쓴 이후 살아남지 못했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심리적으로 제9번 교향곡에 대한 공포와 부담감이 그만큼 컸을 것으로 여겨지는 동시에, 베토벤 이후 작곡가들에게 교향곡이라는 음악 양식이 얼마나 중요하게 여겨졌는지 엿볼 수 있는 일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교향곡작곡가2.jpg 왼쪽부터 브루크너, 드보르작, 차이몹스키, 말러

그 외에도 교향곡과 관련한 여러 작곡가들의 일화가 많이 있습니다. 슈베르트(Franz Schubert)의 교향곡 제8번 <미안성>은 생전에 연주된 적이 없는데, 후대에 미완성인 채로 악보가 발견되어 작곡 과정이 지금까지 미스테리로 남아 있습니다. 그 음악이 선사하는 신비함과 더불어 서양음악사상 가장 아름다운 교향곡 중 하나로 지금까지 사랑받고 있습니다.

차이콥스키(Pyotr Ilyich Tchaikovsky)는 마지막 교향곡인 제6번이 초연된 후 며칠 뒤에 의문의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데, 교향곡 제6번은 마지막 제4악장이 느리고 어둡고 비극적으로 마치는 작품이라 곡의 분위기와 연관되어 더욱 호기심을 증폭시키면서 <비창>이라는 부제를 얻게 됩니다.

드보르작(Antonín Dvořák)은 체코의 작곡가로 체코 민족주의 음악을 크게 발전시킨 작곡가로 보헤미안 민속음악을 녹여낸 8개의 교향곡을 작곡하여 체코의 음악을 세계적인 반열에 올려놓은 인물로 크게 존경받게 됩니다. 그런데, 51세 때 뉴욕의 음악원 교수로 초빙되어 미국으로 이주한 뒤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전통음악 등을 반영하여 교향곡 제9번 <신셰계로부터>를 작곡했고, 크게 성공합니다.

브람스는 그의 첫 교향곡을 21세에 작곡하기 시작해서 43세에 완성하여 작곡 기간 22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고심하며 작곡했고, 브루크너(Anton Bruckner)의 교향곡은 당시 음악계에서 많은 비판과 혹평을 받다가 60세에 교향곡 제7번을 발표하면서 비로소 인정받기 시작했습니다.

15곡의 교향곡을 작곡한 쇼스타코비치(Dmitri Shostakovich)는 의외로 제9번 교향곡을 가볍고 경쾌한 분위기의 작품으로 완성한 뒤 꾸준히 교향곡을 발표하여, ‘9’라는 숫자의 부담감을 극복한 교향곡 작곡가로 불리게 됩니다.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은 말러와 함께 20세기 가장 중요하고 관객들에게 선호되는 작품들로 손꼽힙니다.

교향곡작곡가3.jpg 왼쪼부터 라흐마니노프, 시벨리우스, 프로코피에프, 쇼스타코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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