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는 계속해서 차선을 바꿨다. 드러누워 눈을 감고 있는데도 급하게 운전하는 것이 다 느껴졌다.
그는 몇 번이나 ‘다 왔네, 다 왔어. 금방이네, 조금만 참아요.’ 했다.
그러고도 한참을 달렸지만, 자꾸만 그렇게 말해 주었다.
택시가 서서히 오르막을 탔다. 과속 방지 턱을 연달아 두 번 넘고, 오른쪽으로 한 번, 왼쪽으로 한 번 꺾었다.
익숙한 반동과 각도에, 뒷좌석에 꼬부라져 있던 난 L 아파트 단지에 들어왔음을 알았다.
마침내 택시가 멈췄다.
“도착했어요. 일어날 수 있겠어요? 집에 돌봐 줄 사람은 있나?” 기사가 물었다.
“예. 감사합니다……”
미터기에 만 사천 원이 찍혔는데, 난 지갑에 있던 현금 삼만 오천 원을 모두 기사에게 주고는 차에서 내렸다.
허리를 구부리고 배낭을 질질 끌며 아파트 공동현관에 다다랐다.
왼손은 배를 움켜쥐고 오른손만 위로 뻗어 비밀번호를 눌렀다.
기억나는 것은 거기까지다.
어떻게 엘리베이터를 탔고, 어떻게 집 현관을 열었고, 어떻게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누웠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눈을 떴을 땐 일요일 초저녁이었다.
다음 주 월요일. 난 여느 때처럼 물류팀 수애, 기획팀 정미와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함께했다.
기획팀 정미는 임신 중이라 등산대회에 불참했는데, 그 때문에 소외감을 느끼는 듯했다.
그녀는 밥 먹는 내내 등산대회에 관해 묻고 또 물었다.
그 반복되는 질문에 나와 수애는 번갈아 가며 열심히 대답했다.
그러던 중 수애가 여희주 얘기를 꺼낸 것이다.
“소연 언니, 여희주랑 별로 안 친하지? 앞으로 그 여자랑 일절 어울리지 마.”
“왜? 등산대회에서 무슨 일 있었어? 자세히 말해봐.”
정미가 눈을 반짝였다.
그러니까 지난 토요일, 등산대회가 끝나고 점심 회식 중 내가 식당에서 뛰쳐나오고부터의 일이다.
갑자기 앞자리가 휑해진 최진혁 대리가 ‘소연 씨, 갑자기 왜 나갔죠? 나 때문인가?’ 하고 물었다.
대각선에 앉은 수애가, 최 대리님 때문이 아니라 소연 언니가 몸이 안 좋아서요. 라고 말하려는데, 여희주가 끼어들었단다.
‘소연이 걔가 원래 그래요. 진혁 대리가 이해해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