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어떻다는 거지?”
“들어봐.”
수애가 말을 이었다.
여희주는 ‘소연이가 워낙 낯을 가리는 데다 성격이 예민해요. 그래서 사람들이 불편해하죠. 우리가 여기 앉을 때부터 애 표정이 안 좋았잖아요. 진혁 대리도 느꼈죠?’ 했단다.
그러자 최진혁 대리가 ‘그러고 보니 예전에 한 번 통화한 적이 있는데, 좀 퉁명스럽긴 하더라고요. 그래서 전 혹시 제가 여기 앉은 게 싫어서 소연 씨가 나갔나 해서요.’ 했다.
연신 고개를 끄덕이던 여희주는 ‘그래도 저건 아니죠. 어딜 감히, 직속 선배랑 대리가 있는 자리에서, 저 기분 나쁘다고 말 한마디 없이 뛰쳐나가요?’ 하면서 최진혁의 잔에 술을 채우고 안주를 입에 넣어주기까지 하더라고 말하는 수애의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여희주는 이어서, ‘이소연, 연구 대상이죠. 가정교육을 못 받아서 그럴 거예요. 부모가 없잖아요. 술도 못 마셔, 놀지도 못해, 악착같이 돈이나 버는 불쌍한 애예요. 얼마 전엔 왕십리에 아파트를 샀다던데, 주소록 보니까 옛날에 완전 달동네였던 곳이더라고요. 아으, 나라면 그렇게 품격 떨어지는 데서는 절대 못 살아. 아니, 안 살아. 하여간 어린 게 돈독이 바짝 올라서는, 안됐어요.’ 하고 혀를 찼단다.
“내가 괜한 말한 거 아니지?”
수애가 뒤늦게 내 표정을 살폈다.
옆에 있던 정미가 기가 찬다는 듯 헛웃음을 쳤다.
“여희주, 웃기네. 이혼하더니 히스테리가 늘었나, 왜 너한테 심통이라니. 따지고 보면 이혼도 아니지. 청첩장 돌리며 결혼식에 와달라고 애걸해서 거기 간 직원이 몇인데, 정작 식 올린 뒤엔 인사 불이익당할까 봐 혼인신고도 안 하고 살다 헤어졌으니. 트집 잡자면 여희주만 한 먹잇감도 없는데, 왜 남을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야. 소연아, 그 여자 무시해. 상종할 가치도 없어.”
“난 괜찮아. 그 여자 그러는 거 뭐 하루 이틀인가.”
그 자리에선 그렇게 말했지만, 퇴근길엔 생각이 달라졌다.
후회가 밀려왔다.
등산 가지 말걸. 벌레 핑계를 대서라도 빠질걸. 탈진하지 말걸. 말짱하게 버틸걸.
왜 몸은 약해서, 다른 사람들은 멀쩡한데 나만 두통에 구토까지 나서 회식 자리에서 뛰쳐나온 걸까.
자책은 분노로 바뀌었다.
여희주는 왜 나를 쉽게 보는 거지? 내가 그렇게 만만한가?
끅끅끅 하는 그녀의 웃음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빨간 립스틱을 바른 입술이, 살짝 올라간 입꼬리가 떠올랐다.
숨이 막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