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우레와 같은 함성, 떠나갈 듯한 박수 소리. 분위기는 더할 수 없이 달아올랐다.
겉으로는 그랬다. 그러나 이제 대리 이하의 직원들은 그야말로 전쟁이었다.
체내 곳곳에 퍼진 알코올이 혈관을 확장해 몸을 느슨하게 했지만, 두뇌만은 기계적으로 풀가동됐다.
이정숙의 극단적 오글거림으로 무장한 엄청난 건배 제의를 어떻게 뛰어넘을 것인가.
담백한 문장, 강렬한 임팩트, 티 나지 않는 아부. 삼박자를 고루 갖춘 완벽한 문장이 필요했다.
본부장의 뇌리에 깊숙이 처박혀 인사고과 때까지 버텨줄 튼튼한 동아줄 말이다.
체면 차릴 때가 아니었다. 자존심이고 나발이고 집어던지고 이 한 몸 불사를 때인데......
난 갑자기 머리가 지끈대고 구역질이 올라왔다. 당장에라도 테이블 위에 먹은 음식을 게워낼 지경이었다.
한 손으로 입을 막으며 다른 손으로 배낭을 움켜쥐고 화장실로 뛰었다. 도착하고 보니 이미 손바닥에 토사물이 흥건히 묻어있었다.
손을 닦고 세수를 한 뒤 식당에서 나왔다. 바깥은 뙤약볕이 쨍쨍 내리쬐고 있었다. 그늘 한 조각이 없었다.
머리를 망치로 꽝꽝 때리는 것 같았다. 식은땀이 비 오듯 흘렀다.
허리를 구부리고 기다시피 움직여 도로에 도착했다. 오가는 차 한 대가 없었다.
땡볕에 쭈그리고 앉아 팀장에게 문자를 보냈다.
‘탈진한 듯해서 먼저 퇴근하겠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수애에게도 하나 보냈다.
‘머리가 너무 아파서 먼저 갈게. 수고해.’
119를 부를까 망설이는데 기적처럼 택시 한 대가 나타났다.
“기사님, 왕십리 L 아파트로 가주세요.”
그 말만 하고 뒷좌석에 쓰러졌다.
차의 진동이 온몸에 전해지며 멀미가 심해졌지만, 일어나 앉지는 못하겠기에 그냥 누워있었다.
무방비로 널브러져 있자니, 이러다 택시 기사한테 납치당하는 건 아닌지 겁이 났다. 그때 택시 기사가 물었다.
“아가씨, 어디가 아파요? 병원으로 갈까?”
“아뇨. 아파트로요……”
“많이 아파 보이는데. 그럼 내가 최대한 밟아볼 테니까 중간에라도 못 견디겠으면 말해요. 병원으로 빠질 테니.”
몸에서 긴장이 스르륵 풀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