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두 손으로 소주잔을 받쳐 들고 그녀가 따라주는 술을 받았다.
“소연 언니, 상태도 안 좋은데 적당히 마셔."
수애가 귓속말을 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소주잔에 입술만 살짝 댔다가 내려놓았다.
그리고 여희주에게도 한 잔을 따라주었다.
영원할 것 같았던 본부장의 건배사가 겨우 끝나고 팀장들의 차례가 되었다.
표현만 달랐지, 팀장들이 하고자 하는 말은 모두 같았다. 오늘의 등산으로 그간의 스트레스가 싹 풀렸다고.
그 어느 때보다 애사심이 들끓고 있으며 앞으로 더욱 충성하겠다고.
이처럼 뜻깊은 자리를 마련해 주신 본부장님의 하해와 같은 은혜에 무한 감사드린다고.
팀장들의 건배 제의가 끝나자 시선은 자연스레 고참 대리에게로 쏠렸다.
고참 대리가 슬슬 발동을 걸 때였다. 느닷없이 본부장 비서 이정숙이 벌떡 일어났다.
그녀는 늘씬한 키에 이목구비가 뚜렷해 어디서는 눈에 띄는 미인이었다.
사방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이정숙은 무릎을 살짝 굽히며 환호에 답했다.
“황금 같은 토요일이네요. 평소 이 시간이면 전 남자친구와 하트뿅뿅 하고 있어야 맞는데, 오늘 여러분과 함께네요?”
이정숙이 두 손을 가슴에 얹으며 애교 섞인 슬픈 표정을 지었다. 여기저기서 웃음소리가 나왔다.
“산을 오르며 생각했어요. 하루 여덟 시간씩 마주하는 당신들을, 따뜻한 미소를, 다정한 목소리를...... 아세요? 우린 늘 함께였어요. 언제나 지금처럼, 진정한 식구...... 그리고 우리를 이끄시는 본부장님!”
이정숙이 본부장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본부장은 당장 울어버릴 듯 감동한 표정이었다.
“모두 잔을 가득 채워주십시오. 그리고 제가 선창하면 마지막 문장을 세 번 후창 해 주세요. 준비되셨죠?”
잠깐 뜸을 들인 정숙이 더욱 큰 소리로 외쳤다.
“전장의 선두에서 우리를 보호하시며 앞으로 나아가라 이끄시는 아버지, 본부장님! 당신을 진심으로, 충심으로 사랑합니다!”
이정숙이 머리 위로 커다란 하트를 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