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에게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다 (8)

by 노동자a

난 두 손으로 소주잔을 받쳐 들고 그녀가 따라주는 술을 받았다.


“소연 언니, 상태도 안 좋은데 적당히 마셔."


수애가 귓속말을 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소주잔에 입술만 살짝 댔다가 내려놓았다.

그리고 여희주에게도 한 잔을 따라주었다.


영원할 것 같았던 본부장의 건배사가 겨우 끝나고 팀장들의 차례가 되었다.

표현만 달랐지, 팀장들이 하고자 하는 말은 모두 같았다. 오늘의 등산으로 그간의 스트레스가 싹 풀렸다고.

그 어느 때보다 애사심이 들끓고 있으며 앞으로 더욱 충성하겠다고.

이처럼 뜻깊은 자리를 마련해 주신 본부장님의 하해와 같은 은혜에 무한 감사드린다고.

toast-2636510_1280.jpg


팀장들의 건배 제의가 끝나자 시선은 자연스레 고참 대리에게로 쏠렸다.

고참 대리가 슬슬 발동을 걸 때였다. 느닷없이 본부장 비서 이정숙이 벌떡 일어났다.

그녀는 늘씬한 키에 이목구비가 뚜렷해 어디서는 눈에 띄는 미인이었다.

사방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이정숙은 무릎을 살짝 굽히며 환호에 답했다.


“황금 같은 토요일이네요. 평소 이 시간이면 전 남자친구와 하트뿅뿅 하고 있어야 맞는데, 오늘 여러분과 함께네요?”


이정숙이 두 손을 가슴에 얹으며 애교 섞인 슬픈 표정을 지었다. 여기저기서 웃음소리가 나왔다.


“산을 오르며 생각했어요. 하루 여덟 시간씩 마주하는 당신들을, 따뜻한 미소를, 다정한 목소리를...... 아세요? 우린 늘 함께였어요. 언제나 지금처럼, 진정한 식구...... 그리고 우리를 이끄시는 본부장님!”


이정숙이 본부장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본부장은 당장 울어버릴 듯 감동한 표정이었다.


“모두 잔을 가득 채워주십시오. 그리고 제가 선창하면 마지막 문장을 세 번 후창 해 주세요. 준비되셨죠?”


잠깐 뜸을 들인 정숙이 더욱 큰 소리로 외쳤다.


“전장의 선두에서 우리를 보호하시며 앞으로 나아가라 이끄시는 아버지, 본부장님! 당신을 진심으로, 충심으로 사랑합니다!”


이정숙이 머리 위로 커다란 하트를 그렸다.

화요일 연재
이전 03화벌레에게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다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