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올여름.
가끔은 차라리 그날의 행사가 없었으면 좋았을걸. 후회할 때가 있다.
유난히 덥다고 뉴스마다 떠들어댔던 여름.
막바지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8월 중순.
본부에선 구성원 단합 차원의 등산대회를 열었다.
토요일. 장소는 관악산. 불참할 직원은 팀장 및 본부장 결재를 득한 사유서를 기획팀에 제출해야 했다.
나는 사내메일함에서 불참사유서를 내려받아 출력했다. 등산을 싫어하니까.
흙이나 나무가 싫은 게 아니다. 숲의 맑은 공기는 더없이 좋다.
장애물은 벌레다. 야생 짐승은 인간이 먼저 공격하지 않는 한 나서서 해를 입히는 일은 드물다는데, 벌레는 다르다. 그놈들은 사람이 피하는데도 불구하고 기를 쓰고 쫓아와서는 쏘고 찌르고 물어뜯는다.
그렇다고 본부장 결재까지 받아야 하는 불참사유서에 ‘벌레가 싫어요.’ 또는 ‘작고 징그러운 생명체에 대한 근본적 혐오감.’ 따위를 기재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스물아홉 살짜리가 고작 벌레를 사유로 단체행사에서 빠진다면 결과는 불 보듯 뻔했다. 즉시 조직 부적응자로 낙인찍혀 향후 직장 생활에 악영향을 끼칠 터였다.
고민 끝에 불참사유서를 문서세단기에 넣었다. 퇴근길에 약국에 들러 바르는 벌레 약을 샀다.
귀가해선 온라인 쇼핑몰에서 등산복 풀세트를 주문했다.
등산대회 날인 토요일 오전 아홉 시. 본부 구성원 백팔십여 명은 관악산 주차장에 집결했다.
본부장의 개회사를 듣고 가벼운 체조로 몸을 풀었다. 기획팀에서 생수와 양갱을 나눠주었다.
아홉 시 반. 등반이 시작되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전무장한 나는 무리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앞 사람의 꽁무니를 열심히 따랐다.
한여름인지라 산속까지 후덥지근했다. 목, 등, 겨드랑이가 금세 축축해졌다.
등반 초반 담소를 나누며 걷던 직원들도 어느새 조용해졌다. 다들 땅 구경, 돌 구경하며 묵묵히 산을 올랐다.
두 시간쯤 지나자 평지가 나왔다. 기획팀에서 대형 플래카드 꺼냈다.
단체 사진을 찍고 바로 하강이었다.
내려오는 길은 수월한 줄 알았는데, 정오를 기점으로 기온이 올라가면서 찜통이 따로 없었다.
오랜만의 등산이라 그런지 다리가 후들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