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에게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다 (5)

by 노동자a

회사에서 혼자 엘리베이터를 탄 적이 있었다. 어느 층에서 문이 열리고 희주 언니와 최성국 대리가 탔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힐 때까진 조용했는데, 엘리베이터가 움직이자마자 희주 언니가 말했다.


”이 엘리베이터 기분 나빠. 최 대리님, 차라리 계단으로 갈래요?”


그럴 거면 빨리 다른 층 버튼이라도 누르던지.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으면서 말만 그렇게 하는 것이었다.

최 대리는 그 와중에 껄껄 웃었었다.


연수원에서의 일이다. 영업 1팀 전원이 참석했다. 남자가 열 여덟 명, 여자는 희주 언니와 나, 둘이었다.

직군으로 나누면 영업직이 열아홉 명, 사무직은 나 혼자였다.

저녁 식사 후, 난 남들보다 일찍 회의실로 갔다. 자리마다 회의 자료를 올려놓고 다과를 준비했다.

회의가 시작되자 희주 언니가 말했다.


“영업 회의니까 이소연은 나가 있어. 할 말도 없으면서 왜 여기 있는 거야? 그렇게 눈치가 없어? 가정교육 못 받은 애들은 티가 난다니까.”


회의는 순식간에 끝이 났고 술 파티가 시작되었다. 그날 희주 언니는 유독 부지런했다. 직접 방석을 나르고 음료수 따를 컵이며 황도를 집어먹을 포크도 챙겼다.

평소 안 하던 일에 유난스레 나서며, 뭐든지 열아홉 개씩 챙겨서는 나를 뺀 모두에게 요란하게 나눠주었다.

그 모양새가 반복되자 주변 남자 직원들까지 나를 곁눈질했다.

난 그 상황이 창피하기도 했지만 황당하기도 했다. 열 살 어린 나를 괴롭히기 위해 정신없이 움직이는 더듬이, 빠르게 굴러가는 눈알, 펄럭이는 귀까지. 참 부단한 노력이다 싶었다.

원래 저렇게 태어난 건지, 아니면 남을 괴롭히는 쾌감을 후천적으로 터득한 것인지는 몰라도 아무튼 그녀는 참신한 상황을 쉬지 않고 만들어댔다.


하루는 천천히, 칠 년은 빠르게 흘렀다. 어느새 나는 입사 십 년 차가 되었다.

내 세계에서 희주 언니가 차지하는 비중은 작아졌다.

나름대로 내 사람들도 생겼다.

버티는 자가 승리한다는 말은 어느 정도 맞는 말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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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