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경꾼이 점점 늘어났다.
다정은 기다렸다는 듯 목청을 높였다.
“따지고 보면 팀장님 혼자 일주일에 이천만원짜리, 초호화 미국 출장을 간게 아니잖아요!"
저년이 그 얘기를 왜 꺼내?
상렬의 등으로 식은땀이 흘렀다.
그러나 다정은 이제 시작이었다.
"다른 사람들도 비즈니스석 타고 미국까지 가서, 백인 여자끼고 논건 똑같은데. 왜 팀장님만 짤리냐고요. 23년이나 다닌 직장에서. 치욕스럽게!”
다정은 지난 여름의 스캔들을 간단 명료하게 브리핑했다.
구경꾼의 시선이 흥미로 반짝였다.
다정이 눈물을 뚝뚝 흘렸다.
스물 아홉, 맹랑한 여직원의 ‘원맨쇼’를 상렬은 입이 딱 벌어져 쳐다볼 수 밖에 없었다.
"귀국행 비행기에서 팀장님이 난동부린 것도! 술 취해서 그런거래잖아요! 술이 잘못이지 사람이 잘못인가요? 팀장님 술 좋아하는 거, 여기 모르는 사람 있어요?"
다정이 시뻘건 눈으로 오상렬을 노려보았다.
오상렬. 당신, 걸핏하면 학벌로 트집잡아 나를 무시했지?
내가 동네 개야?
사람을 손가락으로 오라가라하고.
꼴 좋다!
상렬의 얼굴은 시뻘게 졌고, 이마와 목덜미에 땀방울이 맺혔다.
등은 이미 척척했다.
지난 두달간 회사에서 온갖 치욕은 다 당했지만 그렇다고 잔챙이 여직원에게까지 당할쏘냐.
“다정 씨, 나한테 섭섭한게 많은가봐? 아무리 그래도....'
“팀장님 저랑 각별한 사이였잖아요. 팀장님 법인카드 사용분 회계처리하는게 저에겐 가장 뿌듯한 일이었어요. 가짜로 시내교통비 영수증 만들어서 자금팀에서 돈 타내고, 그걸로 팀장님 댁 세금 납부하면서, 제가 팀장님댁 가계에 소소하나마 도움을 드리는것 같았거든요.”
이 년, 지금 나를 협박해?
오상렬의 입가가 바르르 떨려왔다.
당장 다정의 귓방망이를 쳐 올리고 싶지만. 그러기엔 그녀의 말처럼 그녀는 상렬의 법인카드 사용 내역을 전부 알고 있었다.
그가 법인카드로 한달에 두번씩 꼬박꼬박 가족 식사를 한 것, 자녀의 수험서를 대량 구매한것, 팀 회식후 남자 과장들만 데리고 여자가 나오는 단란주점에 갔다가 이튿날 ‘서비스 비용’이 붙은 영수증을 내밀며 ‘적당히 처리하지.’라고 숱하게 말해온것을 모두 알고 있는 손다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