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 minor 곡이지만 차분하게 C 음으로 시작하는 중세 유럽의 자유로운 서사시 같은쇼팽 발라드 1번은 아름답지만 슬픈 이야기다.우울해도 선을 넘지 않으려는 처절한 노력.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나를 슬픔 속에 내 버려두지 않듯 장조와 단조를 넘나드는 곡의 흐름을 주목해야 한다.
영화 The Pianist 속 쇼팽 발라드 1번은 뭣도 모르는 고등학생일 때만났고 공부했다. 그 시절 내가 사랑과 죽음의 힘겨움과깊이를 가늠할 리 없다. 이제라도곡을 이해하는 만큼 연주할 수 있다는 것은감사한일이다. 그래서 같은 곡을 나이대에 따라 다시 연주하는 것이 필요하다.
폴란드 출신 유대인 피아니스트 슈필만은 2차 세계대전으로 모든 것을 잃고 생사의 갈림길에 만난 독일 장교 앞에서 이 곡을 연주하게 된다. 굶주림에 지친 하지만 삶의 의지가 있는 인간의 내면을 고스란히 반영한 듯 단조의 곡이지만 장조로 시작하고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게 흘러간다. 그 곡이 그 모습이 독일 장교를 감동하게 했고슈필만은 목숨을 부지한다.
삶에 지쳐 힘겨울 때면 이 곡을 찾아 듣는다. 내 마음 같지 않은 인생길은 분명 단조이지만 어차피 포기 못하고 가야 한다면, 그 씁쓸함 너머로 끝을 알 수 없다면 적절히 조절해 가면서 탄력적으로 장조로 바꾸는 것이 삶의 리듬을 위해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