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내내 먼지를 뒤집어쓰고 부지런히 움직인다. 목적은 단 하나 약속된 시간이 다 될 때를 기다린다. 나는 아르바이트 중이다. 생각 없이 그저 시간 속에 나를 맡기고 옆 사람과 앞사람을 흘깃 보기도 하며 내게 주어진 일 속으로 들어간다. 연령대도 다양한 사람들은 서로 말이 없고 간간이 들리는 소리라곤 부스럭부스럭 띠띠띠 철커덩 철커덩. 굳이 리듬을 찾아보지만 억지스럽다.
어느 집으로 누구에게로 가는 물건을 모으고 모아 정성껏 포장한다. 저녁 반찬거리, 유기농만 고른 것, 생일 파티 거리, 술안주, 운동하는 사람의 식단, 아기 이유식거리.. 목적도 다양한 식재료가 저마다의 이유를 가지고 상자에 담긴다. 깨지지 않게 상하지 않게 이왕이면 보기 좋게 담고 담아 보낸다. 옆으로 옆으로 레일에 슬쩍 정성도 담아 본다.
앳된 생머리의 여자애가 서투른 몸짓으로 허둥댄다. 몇 번 더 해본 경험도 경험이라고 본능적으로 가서 도와주고 얼른 제자리로 돌아왔다. 학비에 보태려고 왔구나 기특한 생각이 스친다. 한 번의 실수도 힘든 기색도 없는 사람들 틈에서 그 애와 나는 말없이 빙긋이 웃었다. 티가 나게 서투른 걸 아는 연대. 그래도 괜찮다고 서로를 위로하는 게다.
시간은 어느새 자정을 훌쩍 넘기고 자리를 정리한다. 휴우.. 무사히 끝난 걸 안도하며 무리들과 새벽길을 나선다. 차가운 새벽 공기는 피곤한 사람들의 담배 연기와 뒤섞이고 위로의 한 모금임을 알기에 그렇게 싫지만은 않다. 차에 올라 시동을 켠다. 곤하게 잠들었을 아이에게 달려가는 길. 기분이 적당히 괜찮다. 어둡고 한산한 넓은 도로 위를 채우듯 달리는 현실이 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