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게

선우정아 도망가자

by 엘리아나

https://youtu.be/wyN27QpglGE






바람 부는 토요일 오전 9시 하고도 30분.. 평일 7시 기상인 아들을 굳이 깨우지 않고 있다. 배고프면 일어나겠지. 흐린 날 덕분에 아직도 어둑한 집안의 불도 그대로 꺼둔다.

조용히 아침밥을 준비해 두고 엄마, 배고파. 하며 나올 아들아이를 내 방에서 기다린다.


6학년. 제법 청소년 티가 나지만 하는 짓은 어린아이인 아들은 아직도 눈 비비며 걸어 나오면 바로 나에게 한참을 안겨있곤 한다. 등과 궁둥이를 두드려주고 쓸어주고 사랑한다고 말해주는 그 시간이 참으로 소중하다. 물론 아인 궁둥이는 뒤로 쑥 빼고 안긴다. 그럴 때마다 3.97킬로, 자연분만, 초산에 노산, 17시간 진통. 에미를 초주검으로 만든 후에야 태어나준 그때가 생각난다. 그저 웃음만 난다. 흔히들 말하는 웃프다.


작년과는 확연히 다르게 피곤해하는 아들아이를 잘 먹인다고 애쓰는데도 뭔가 부족함을 느낀다. 홍삼일까, 고함량 비타민B 일까, 선배맘들의 조언이 절실한 순간이다.

반면 선우 정아의 도망가자. 를 흥얼거리고 있다. 매년 박스카에 짐을 챙겨 아들과 둘이 바다로 떠나던 때를 기억하며 올해는 어떻게 가성비 좋게 다녀올 수 있을까 고민스럽다. 학교에서 2박 3일 첫 수련회를 간다는데 그걸로 퉁치자고 꼬셔볼까.. 쿨한 녀석은 물어보나 마나 그래. 한 마디로 끝낼 게 뻔하지만.


어느새 올려다보는 아들아이. 한 번도 힘들게 키운 적 없는 순둥이. 이제 갓 사춘기에 한 발을 담갔으니 중2 때 날 울릴까. 그때도 잘 부탁한다. 엄마 마음 약한 걸 자꾸 어필해 본다.


엄마, 배고파

일어났니? 엄마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