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스승의 날에 이렇게 조용히 보내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직접 뵙고 감사의 마음을 전할 수도 있었지요. 알림장 마저 앱을 깔아 아들아이 담임 선생님과 sns로 소통하는 요즘. 다행히도 스승의 날이라고 한 글자 한 글자 꾹꾹 눌러쓴 손 편지를 쓰는 아이옆에서 행여나 부담을 드릴까 걱정이 되어 sns로 나름의 감사의 마음을 담아 메시지를 보냈는데, 죄송한 마음이 함께 듭니다. 찾아뵙고 인사하는 게 도리라는 옛날 사람이라 그렇습니다.
저에게도 스승님이 계셨습니다. 12살 때 처음 뵙고 대학 입시 때까지 피아노를 가르쳐주셨던 교수님. 졸업을 하고도 매년 찾아뵈었었는데, 제가 불의의 사고를 당하고 세상과 단절된 시간을 오래 보내면서 인간의 도리를 다하지 못해서 그만 연락이 끊어지고 말았습니다. 저의 잘못이지요. 가장 어려운 게 인간 도리하며 사는 건데, 제 감정에 휩싸여 더 중요한 걸 잃어버렸습니다. 친구와의 연락도 모두 끊기고 철벽을 치고 철저히 혼자 남겨졌습니다.
어느새 나이는 무거워졌고, 뭐가 중요한 건지 하나씩 알게 되었습니다. 곁의 소중한 사람을 아끼는 게 얼마나 소중한 지. 세상은 결코 혼자 사는 게 아니라는 걸. 이기심과 철없는 자존심 때문에 잃어버린 시간은 돌이킬 수 없었습니다.
지금 내 곁에 있는 소중한 분을 떠올립니다. 그분들로 인해 눅눅했던 마음이 가슬가슬해지고 인생 선배의 삶을 보며 고귀함을 느낍니다. 생각나는 글이 있습니다. 진짜 산행은 정상에서 내려가기 위해 짐을 챙기는 순간 시작한다는 말과하나의 상처와 다른 상처가 포개지거나 맞닿을 때 우리가 지닌 상처의 모서리는 조금씩 닳아서 마모되는 게 아닐까 <말의 품격>2017. 이기주.작가의 글입니다.
고지식하고 삶에 대한 깊이가 부족한 저에게 생각의 물꼬를 터주셨습니다. 나를 잘 모르고 그럼에도 타인과의 관계도 욕심내던 제게 인생의 선배는 스승입니다. 선배들로 인해 꽉 막힌 제 마음에 조그만 창이 나고 시야가 넓어지며, 가슴이 따뜻해지고 묘한 동류의식을 느낍니다.
사실, 감사한 마음 전하고 싶어서 이 글을 시작했습니다.
선명한 현실 앞에 나를 똑바로 보고 아무리 세찬 파도가 흔들어도 계속 이어지면 안 된다는 질책은 저에게 너무나도 소중한 관심이며, 마음을 지킬 수 있는 힘이 됩니다. 나를 지킬 수 있게 해 주신 인생의 선배에게 고개 숙여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