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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리아나 May 15. 2023

여름 같은 봄날에

스승의 날 (걱정 말아요 그대. 전인권)

https://youtu.be/nPXkNi4C5AQ




예전에는 스승의 날에 이렇게 조용히 보내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직접 뵙고 감사의 마음을 전할 수도 있었지요. 알림장 마저 앱을 깔아 아들아이 담임 선생님과  sns로 소통하는 요즘. 다행히도 스승의 날이라고 한 글자 한 글자 꾹꾹 눌러쓴 손 편지를 쓰는 아이 옆에서 행여나 부담을 드릴까 걱정이 되어 sns로 나름의 감사의 마음을 담아 메시지를 보냈는데, 죄송한 마음이 함께 듭니다. 찾아뵙고 인사하는 게 도리라는 옛날 사람이라 그렇습니다.


저에게도 스승님이 계셨습니다. 12살 때 처음 뵙고 대학 입시 때까지 피아노를 가르쳐주셨던 교수님. 졸업을 하고도 매년 찾아뵈었었는데, 제가 불의의 사고를 당하고 세상과 단절된 시간을 오래 보내면서 인간의 도리를 다하지 못해서 그만 연락이 끊어지고 말았습니다. 저의 잘못이지요. 가장 어려운 게 인간 도리하며 사는 건데, 제 감정에 휩싸여 더 중요한 걸 잃어버렸습니다. 친구와의 연락도 모두 끊기고 철벽을 치고 철저히 혼자 남겨졌습니다.


어느새 나이는 무거워졌고, 뭐가 중요한 건지 하나씩 알게 되었습니다. 곁의 소중한 사람을 아끼는 게 얼마나 소중한 지. 세상은 결코 혼자 사는 게 아니라는 걸. 이기심과 철없는 자존심 때문에 잃어버린 시간은 돌이킬 수 없었습니다.  


지금 내 곁에 있는 소중한 을 떠올립니다. 그분들로 인해 눅눅했던 마음이 가슬가슬해지고 인생 선배의 삶을 보며  고귀함을 느낍니다. 생각나는 글이 있습니다. 진짜 산행은 정상에서 내려가기 위해 짐을 챙기는 순간 시작한다는 말과 하나의 상처와 다른 상처가 포개지거나 맞닿을 때 우리가 지닌 상처의 모서리는 조금씩 닳아서 마모되는 게 아닐까 <말의 품격>2017. 이기주.작가의 글입니다.


고지식하고 삶에 대한 깊이가 부족한 저에게  생각의 물꼬를 터주셨습니다. 나를 잘 모르고 그럼에도 타인과의 관계도 욕심내던 제게 인생의 선배는 스승입니다. 선배들로 인해 꽉 막힌 제 마음에 조그만 창이 나고 시야가 넓어지며, 가슴이 따뜻해지고 묘한 동류의식을 느낍니다. 


사실, 감사한 마음 전하고 싶어서 이 글을 시작했습니다.

선명한 현실 앞에 나를 똑바로 보고 아무리 세찬 파도가 흔들어도 계속 이어지면 안 된다는 질책은 저에게 너무나도 소중한 관심이며, 마음을 지킬 수 있는 힘이 됩니다. 나를 지킬 수 있게 해 주신 인생의 선배에게 고개 숙여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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