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에서 양치를 하다 혀를 닦으려고 칫솔을 목구멍까지
밀어 넣었다.
"우웩"
헛구역질이 났다. 흐리멍덩한 눈으로 수납장의 거울을 본다.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에 흰머리가 검은 머리만큼 많은 늙다리의 모습이 나타났다.
유난히 도드라진 눈 아래 불룩한 주름이 눈에 들어온다.
하안검이다. 피부 노화의 대표적인 주름이다.
37년 전의 봄날이 떠올랐다.
그날은 새내기 대학생이 된 부산 촌닭이 대학 영자신문사의 면접을 보는 날이었다.
전날 마신 술 때문에 숙취를 이기지 못해 졸다가 영자신문사 면접에 삼십 분이나 늦어 버렸다.
허겁지겁 학생처로 달렸다. 학생처장실 문 앞에 이르렀을 때 마지막 면접자가 면접을 끝내고 나왔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이 눔의 자식이 부모님이 고생해서 대학 보냈는데 잠이나 자빠져 자고 되겠어?"
강한 북한 억양의 학생처장은 나를 사정없이 나무랐다.
그리고 어떻게 면접이 끝났는지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러나 운 좋게도 영자 신문사 기자가 되었다.
이북이 고향인 그 학생처장은 우리 과 교수님이었다.
수업 시작 전에 한 개비의 담배를 태우고 꽁초는 항상 종이컵에 비벼서 끄는 그가 내게는 친근함으로 다가왔다.
수업시간에 항상 즐겨하시는 이야기가 있었다.
"내가 미주리에서 공부할 때 말이야..."
그랬다. 그분은 미주리 대학교에서 유학을 하신 분이었다.
미국에서 접시 닦는 알바를 하며 직접 학비를 벌어 대학을 다니신 거였다.
교수님이었지만 너무 인간적이고 서민적이었던 그분의 눈 아래에도 주름이 있었다.
하안검이 짙게 자리 잡은 그 모습이 떠오른다.
고인이 되신 지 너무 오래되어 사람들의 기억에서 조차 멀어져 버린 우리 선생님의 그 하안검을 나도 닮아 가고 있다.
몇 달 전에 서울에 사는 처형이 하안검 수술을 성형외과에서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여자들에게 애교 살로 불리는 눈밑 주름이 조금 심해져서 수술을 했다는데 최근에 다시 만나서 보니 감쪽같이 눈밑 주름이 사라졌다. 의학의 발전이 놀라웠다.
그래도 나는 생긴 대로 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