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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을 위한 기도

by 석담

오늘이 딸의 삶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수도 있는 중요한 시험날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며칠 전부터 머릿속에서 자꾸 맴도는 시구가 있었다.

"나의 밤기도는 길고 한 가지 말만 되풀이한다"

김남조 시인의 '너를 위하여'라는 시였다.


이제 어엿한 스물다섯의 숙녀가 된 우리 집 맏딸이 자신이 스스로 개척한 인생의 중요한 도전이 있는 날이다.

한때는 자신의 진로 때문에 방황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철이 들면서 스스로 자신의 앞길을 헤쳐나가는 딸애의 모습을 보면 대견하기 그지없다.


딸애는 맏이답게 항상 쉬크하고 쿨하며 담대했다.

말은 별로 없지만 자기가 맡은 일은 칼같이 해내는 똑똑이였다. 장녀들 특유의 카리스마와 리더십으로 항상 집안의 든든한 대들보였고 장난기 어린 말투와 개구쟁이 웃음을 잘 웃는 분위기 메이커였다.


맏이는 항상 그들만의 책임감과 스스로 감내해야 하는 외로움이 있다.

나는 살아오면서 딸아이에게 높은 기대치와 부담감으로 딸을 힘들게 했다.

맏이니까 장녀니까 더 잘해야 한다는 무언의 압력은 스트레스와 될 대로 되라는 식의 자포자기로 내몰았다.


그렇게 딸애는 대학생이 되었고 3학년 1학기가 될 무렵 숨은 저력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어려운 편입 시험도 거뜬히 통과하고 해외 인턴 시험에도 당당히 합격했다.

그리고 오늘 또 다른 도전을 위한 시험을 보고 있다.


나는 어제 밤늦게 까지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그리고 이번 시험의 결과에 연연하지 않기로 마음을 비웠다.

그동안 딸이 준비하면서 보여준 땀과 노력만으로도 충분히 값지고 칭찬받을 만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딸을 무한 응원해 주기로 마음먹었다.


그래도 인지상정이라 딸애가 시험을 잘 봐서 꼭 합격하면 좋겠다는 내 속마음은 숨길 수 없다.

아내는 수험장 근처의 절에서 기도를 드린다고 했다.

오늘 하루 나의 기도도 계속될 것이다.


어제 시험 보기 전에 격려의 말이라도 한마디 해줘야 할 것 같아서 직접 전하기에는 부담스러워 톡으로 응원 문자를 보냈다.

시험이 끝나고 환하게 웃는 딸아이의 모습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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