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적으로는 1991년 대학을 졸업했으나 제대로 된 직장이라고 말하기는 모호한 몇 개의 회사를 제외하니 장장 5년의 백수생활로 세월을 허송했다.
부모님이 피땀 흘려보내주신 학자금으로 서울에서 번듯한 4년제 대학을 마친 젊은 놈이 5년을 놀았으니 부모님의 인내심도 바닥이 나셨으리라. 어머니는 답답한 마음에 대구에서 유공압부품공장에 다니던 막내 외삼촌에게 나에 대한 넋두리 겸 청탁을 했고 외삼촌은 사장으로 있던 친척에게 내 이야기를 했었나 보다.
어느 날인가 외삼촌의 전화를 받았다. 이력서 한 통 써서 대구로 오라는 것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회사 사장이 내게는 외가 쪽 5촌 아저씨뻘로 엄마와는 사촌지간이었다.
며칠 후 대구에서 직원 50명 정도의 중소기업인 회사 대표이사와 면접을 보고 1996년 4월 1일 날 첫 출근을 했다. 나의 공식적인 중소기업체 취직의 시작이었다.
지금부터 27년 전의 이야기지만 어쨌든 나는 낙하산의 힘을 빌어 회사라는 곳에 처음으로 적을 두게 되었고
이듬해 그 여세를 몰아 결혼까지도 할 수 있었다. 그때 내 나이는 노총각에 접어든 서른세 살이었다.
샐러리맨 생활 27년째인 나는 이제 5년 후에 지금 다니는 회사 생활을 정리할 생각을 하고 있다.
30여 년의 중소기업 회사원 생활은 우리 가족을 부양하는 재정적인 힘이었고 내 자존감을 지켜 갈 수 있었던
보루였다는 것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한 번도 만족할 수 없었고 존경할 만한 CEO가 없었다는 것은 나에게 우리 중소기업의 현주소를 보여 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
30여 년의 중소기업 생활을 회상하며 내 삶의 잘못 끼워진 첫 단추를 찾아보는 노력을 매주 브런치에 글로 남겨 보려 한다.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은 때로는 편협되고, 또한 편향되어 과장된 느낌도 있겠지만 그것 또한 오롯이 내가 감당해야 할부분이다.
특정 업체를 폄하하거나 비하할 의도로 쓴 글이 아님을
미리 밝혀 두며 한때는 386이었고 지금은 586으로 변해버린 나의 정체성 앞에서 요즘의 MZ 세대가 겪어보지 못했을 직장생활의 애환과 딜레마를 극복하는 답이 있었으면 하고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