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한 퇴근길
이십만 넘은
내 애마는 힘들게 순환도로를
달린다.
"부우 아앙"
경운기 같은 비명을 지르며
나 이제 쉬어야겠노라
요란스러운 시위를 한다.
리모컨 없이도
말 한마디면 켜지는 티브이
참, 지금은 21세기다.
엠비시 뉴스는 내 단골 방송
장인어른은 티브이 조선 애청자
장인어른이 오시면
나는 채널을 돌린다.
정착할 방송사를 찾지 못해
나는 하염없이 채널을 돌려야 한다.
엠비시 보는 나는 좌빨이란다.
오늘 엠비시 뉴스는 대박이다.
노동자가 경찰봉에 맞아 머리가 깨졌다.
피가 철철 흘러도 모자이크는 없다.
나는 쓴 소주를 연거푸
털어 넣는다.
그리고 내 기억은 아득해져만 간다.
소주 한 병에 눈물이 나는
나는 갱년기인가 보다.
그래 맞아.
지금은 87년 봄이다.
민주화의 봄은 이제 오리라.
내 눈 속에는 오늘 경찰봉에 맞아
깨진 노동자의 머리에서 흘러내리는
붉은 피와
최루탄에 맞아 깨진 이열사의 머리에서
흘러나오던 검붉은 피가
겹쳐 보인다.
나 이제 늙고 보잘것없지만
깨어나서 외치는 그들의 함성,
그들의 울부짖음을 외면할 수 없으니
두 손 모아 민주주의의 승리를 위해
기도나 해 볼 수밖에.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