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의 기쁨은 땀 흘린 노력의 보상이다.

주말농부일기(6월 10일 -11일)

by 석담

농막 냉장고를 열어 보니 부지런하신 걸로는 두 번째 가라면 서러워하실 어머니가 어느새인가 잘 익은 완두콩을 따서 넣어 두셨다. 내가 찐 완두콩을 엄청 좋아하는 것을 아시고 미리 따 두신 어머니의 배려에 고마움을 느낀다.


완두콩을 찌기 위해 냄비에 얹어 놓고 OTT 영화 키아누 리 스의 액션에 잠시 빠져있다 하마터면 어렵게 농사지은 완두콩을 숯검댕이를 만들 뻔했다. 마침 물이 졸기 시작할 무렵에 불을 꺼서 다행히 타지는 않았다.


하나씩 까서 먹으니 폭신한 식감과 달착지근한 완두콩 특유의 맛에 금방 삐져 들었다. 나중에는 하나씩 까서 먹기가 귀찮아 콩깍지를 입에 통째로 넣고서 한 입에 훑어 먹기도 했다. 한 대접의 완두콩이 순삭하고 사라졌다.

너무 익어 말라버린 완두콩은 맛이 별로다. 약간 덜 익은 완두콩이 단맛도 더하고 맛이 좋다. 주말 농부에게 완두콩은 수확시기를 잘 맞추는 것이 관건이다.


이제 6월 중순인데 벌써부터 밭에서 수확할 작물들이 줄을 섰다. 오이줄기에서는 벌써 먹음직한 가시오이와 백다다기 오이가 두어 개씩 달려 아내와 따서 하나씩 들고 껍질채 먹기도 했다. 신선한 자연의 건강한 맛이 느껴졌다.


단호박 줄기에는 탁구공만 한 단호박 여러 개가 달려 지지대에 매달린 채 잘 자라고 있었다.

이제 몇 주 후에는 완두콩과 더불어 최애(最愛)하는 달달하고 부드러운 단호박을 먹을 생각을 하니 벌써 입에 침이 고인다.

단호박은 벌들이 수꽃에 있는 꽃가루를 암꽃에 옮겨 주는 화분 작업을 제대로 해주어야 영글어 가는 단호박이 줄기에서 떨어지지 않고 끝까지 잘 자란다.

그렇지만 최근의 이상 기후 탓인지 벌 구경하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그래서 수꽃의 꽃가루를 내가 직접 암꽃에 옮겨 주는 노력도 해 보았다.


어머니는 뽕나무에서 오디를 수확하셨다.

며칠 비가 오지 않고 가물어서 그런지 엄청 달고 맛있다.

도시에서는 좀처럼 맛보기 힘든 농촌의 맛이다.

뽕나무는 잎부터 열매까지 여러모로 쓸모 있는 나무이다.

그렇지만 우리 밭에서는 왕성한 번식력과 끈질긴 생명력으로 때문에 환영받지 못하는 이방인이다.

우리 사회의 어디선가에서도 뽕나무 같은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장마가 오기 전에 감자는 수확을 마쳐야 한다.

수미 감자, 속이 붉은 홍영 감자, 분이 많은 두백 감자 등 세 종류의 감자를 심었는데 파종 초반의 알 수 없는 병증에도 불구하고 평년작은 될 듯하다.

일요일 저녁부터 비 예보가 있어서 아침에 고추밭에 탄저병 예방을 위해 농약을 치고 대추나무에 총체벌레와 나방 피해를 대비한 방제작업을 했다.

그리고 고추밭에 무성하게 자라는 잡초를 막기 위한 제초매트 작업을 했다.

아직까지는 고추에 어떤 병의 징후도 보이지 않지만 한시도 방심할 수 없는 것이 고추의 병충해이다.


마지막으로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달린 미니사과의 통풍과 충분한 영양 공급을 위해 가지치기를 해 주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미니사과나무에 여남은 개의 사과가 달린 걸 생각하면 지난겨울의 가지치기 효과가 실로 놀랍다.


농사는 정직하다. 뿌린 대로 거둔다는 말도 있지만 그 결실을 위해 들어간 농부의 땀과 노력은 수확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 그러니 노력한 만큼 거두는 것이다


어제저녁 뉴스에 강원도에 우박이 내렸다는 소식을 접했다. 탁구공만 한 우박이 밭이며 비닐하우스에 쏟아져 올해 초부터 정성 들여 가꾼 농작물 밭이 하루아침에 초토화가 돼버린 사진을 귀촌카페에서 보았다.

농부의 노력도 날씨의 도움을 받아야만 완전한 결실을 볼 수 있다.

농사도 하늘이 도와야 제대로 지을 수 있는 현실을 직접 보고 나니 나는 하늘의 뜻을 거스르지 않고 순리대로 살아야겠다는 착한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