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목요일 엄마는 지난가을부터 공들여 키운 마늘과 양파를 수확해 놓으셨다. 금요일 저녁 밭에서 자연 건조 중인 튼실한 마늘과 양파를 보고 나는 이게 진정 내가 지은 농사인가 싶었다. 그렇지만 이 수확의 9할은 어머니의 노력 덕분이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마늘과 양파 농사는 지난가을 처음으로 시작했다. 초보농부의 첫 도전에 이렇게 과분한 결과물을 돌려주신 자연은 정말 관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며칠 전 충청도와 강원도에 강한 비와 우박이 내려 그동안 정성껏 기른 각종 과수와 작물이 하루아침에 초토화되었다는 뉴스를 보았다.
나는 문득 자연의 관대함이 때로는 농사를 좌우하기도 한다는 사실에 자연 앞에 숙연해졌다.
농부의 노력에 자연의 관대함이 화룡점정처럼 더해질 때 풍성한 수확이 보장된다는 그 진리를 꼭 기억할 것이다.
토요일 아침 고추 담배나방 애벌레가 고추에 작은 구멍을 뚫는 피해가 있다는 어머니의 제보(?)를 받고 토요일 아침 방제 작업을 진행했다. 6월인데도 불구하고 오전 8시가 넘으면 불볕더위가 시작된다. 고추 방제후 이제는 십 센티 넘게 자란 참깨에도 진딧물약을 쳤다.
방제를 끝내고 지난주에 강한 바람에 쓰러졌다는 단호박을 살폈다. 나는 부실한 지지대 탓에 쓰러진 단호박이 폭망 했을 거라는 상상을 했는데 웬걸 지지대는 다시 서 있었고 단호박들도 큰 피해 없이 잘 자라고 있었다.
나는 엄마가 이 모든 걸 정상으로 돌려놓으셨다는 걸 알고 있다.
5월부터 월 1회 감나무 방제를 하고 있다. 가을에 몇 개의 잘 익은 감이라도 얻기 위해서는 방제가 반드시 필요하다.
주말 농부 초기에 방제를 하지 않아 단 하나의 감도 수확하지 못했던 아픈 기억이 있다.
일요일 아침 부모님 댁에 들러 고추 담배나방 방제를 해드리고 감나무 방제를 준비했다.
25리터짜리 엔진 분무기의 시동을 거는 데만 1시간 이상이 소요되었다. 저가의 중국산 엔진 분무기는 약칠 때마다 시동이 걸리지 않아 애를 먹인다.
오늘은 농기계 수리점의 도움을 받지 않고 한 시간 만에 내가 살려 낸 것이다.
부모님 댁의 감나무 방제를 마치고 어머니를 모시고 우리 밭으로 왔다. 어머니는 수확해서 건조해 놓은 양파의 꼭지를 일일이 가위로 하나하나 자르셨다. 마늘도 줄에 묶어 차곡차곡 쌓았다.
그렇게 쌓아 보니 마들은 두 접(200개) 정도 되었다.
한 접(100개)은 내년 종자용으로 처마에 걸어 말리고 남은 한 접을 보내야 할 가족 친지 순으로 양파망에 담았다.
의성 육쪽마늘 종자를 보내준 처남댁이 1순위 였다.
양파 한 망과 마늘 반집을 망에 담고, 처형네에게도 양파와 마늘을 조금 담았다.
그리고 우리 집, 남동생, 여동생, 부모님 댁 이렇게 나눠 담으니 딱 맞았다.
양파가 양이 많아 무게가 엄청났다. 마침 남동생이 와서 많은 도움이 되었다. 부모님 댁에 마늘과 양파를 옮겨 드리니 마음이 홀가분 해졌다.
오후 시간에 수박과 참외의 순치기도 마쳤다.
수박 줄기의 마디가 20개를 넘어가면 원 줄기는 적심* 해야 한다. 그래야 아들가지가 자라나 수박이 달린단다.
또한 많은 줄기 중에서 두 가지만 살리고 나머지 곁가지는 다 정리하는 게 원칙이다. 그래야 제대로 된 수박을 얻을 수 있다니 참 농사는 신비롭다.
참외는 원줄기가 여섯, 일곱 마디가 되면 원줄기는 적심하고 아들가지를 키워야 하는데 세 줄기만 키우고 나머지 가지는 또 정리해야 한단다.
이 모든 정보는 너 튜브에서 얻은 것이다. 내 농사의 절반은 너튜브가 짓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번 뱀 출몰 사건의 영향으로 주중에 인터넷 쇼핑몰에서 뱀 퇴치 기구를 하나 구매했다. 진동과 소음이 발생하는 간단한 구조의 바람개비이다. 효과는 의문스럽지만 일단 하나만 구매해서 테스트해 보려고 한다.
그런데 오늘따라 유난히 바람이 없다.
바람 부는 잠깐의 시간에 확인해 보니 돌긴 돈다.^^
이제 이번 주말의 남은 과제는 제초 작업이다.
지난 제초 작업 후 한 달이 되어가니 다시 풀이 파랗게 자랐다.
풀들에게 미안하지만 오늘 집으로 퇴근하기 전에 나는 제초작업을 마칠 것이다.
엄마와 함께하는 농사는 언제나 진심이다.
"그 잡초 더미 속에서 어떻게 이런 커다란 양파가 생겼는지 신기하다"시며 환하게 웃으시는 어머니의 미소는
내 주말 농장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오래오래 어머니와 함께하는 주말 농장을 바라본다.
* 순 지르기라고도 한다. 줄기를 잘라서 해당 줄기의 생장점을 제거하여 잔가지의 발생을 유도하는 것. 혹은 결실기에 접어든 식물의 생장을 인위적으로 중단시켜 열매를 크게 맺게 하는 것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