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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담 Nov 22. 2023

브런치 작가로 산다는 것

재작년 10월 삼수 끝에 브런치 작가로 입문했다.

변변한 글 한편 쓴 적 없으면서 아내에게 한때는 문학청년이었다고 큰소리치던 시절이 있었다.

글을 쓰는 작업은 어려울 뿐 아니라 많은 인내심이 필요하다. 그리고 천부적인 재능도 필요해 보인다.


관심과 재능은 다르다.  

문학에 대한 관심과 작가가 되고 싶은 의욕은 넘치지만 인프라가  많이 부족하다는 걸 절실히 느끼는 중이다.

느리지만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느낌을 접하며 적은 글은 어느덧 200 꼭지가 넘었다.

그리고 차곡차곡 쌓여가던 독자수가 200명을 향해 가고 있다.


브런치 작가로 살아가는 게 녹록하지만은 않다고 느낀 일이 있었다.

6월 말쯤 내가 다닌 중소기업의 부조리에 대한 브런치북을 출간하여 실시간 순위에 오르고 잠시 독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무척 행복하고 뿌듯한 순간이었다.  쥐구멍에도 볕 들  날 있다는 속담이 떠올랐다.


그러한 기쁨도 잠시, 나의 글에 악의적인 댓글이 달린 것을 보았다.

댓글의 내용은, "회사에서 해고된 게 당신의 잘못으로 잘린 게 아니냐?", "왜 자세하게 해고된 이유를 설명하지 않느냐?" 등의 악의적인 댓글이었다.

나는 처음에 그 댓글에 친절한 설명으로 답글을 달아 주었다. 그런데도 그 독자는 지치지 않고 계속 의혹의 눈초리로 의심의 댓글을 달았다.

나는 너무 슬펐다.

나의 글에 대해 의혹의 시선을 가지고 나의 해명을 요구하는 듯한 독자들의 태도에 화가 났다.

왜 작가의 글에 100퍼센트 공감해 주지는 못할 망정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않는 것인가?


그 일을 겪고 나서 나는 많이 위축되었다.

글쓰기가 정말 어려운 작업이라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독자들의 입맛까지 생각해서 글을 써야 한다면, 독자들의 의혹이 없는 글은 써야 한다면 작가라는 직업은 너무도 멀고도 힘든 길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들의 글을 액면 그대로 받아주기는 힘든 것인가?

악성댓글 때문에 연예인이나 유명인들이 자살하는 사건을 종종 봐 왔다.

나는 그들이 느낀 모멸감이나 자괴감이 내가 느낀 이런 느낌에서 시작된 것이 아닐까 생각되었다.


댓글 사건을 잊고 한동안 조용히 지낸다 싶었는데 며칠 전 또 어떤 독자가 비슷한 댓글을 달아 나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이것이 브런치 작가의 길이라면 오롯이 나의 길이라면 받아들이기로 했다.

내가 겪어야 할 비난과 악의 적인 댓글을 넘어 진정한 작가로 거듭나는 날까지 글을 써야겠다는 의지를 불태워 본다.


문득 대학시절 영자신문사 기자로 활동하면서 인터내셔널 해럴드 트리뷴이라는 영어 신문의 기사를 베껴 썼다가 외국인 교정 교수에게 혼이 난 적이 있었다.

나는 교정본 기사에 표절이라는 빨간 글씨를 보고 부끄러워 낯을 들 수 없었다.

그 당시에 내가 그 기사를 베낀 이유는 나의 영어가 너무 부족해서 잘 만들어진 영어 문장이 너무 부러웠기 때문이었다. 40여 년이 흐른 지금에도 나는 그 기사의 앞부분을 기억하고 있다.

"The guns fall silent in Iraqi c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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