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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담 Nov 15. 2023

전화기의 진화

국민학교 입학 할 무렵 시골에서 정미소를 하시는 큰아버지댁에서 처음 전화기를 보았다.

손잡이가 달린 검은색 자석식 전화기였다. 수화기를 들고 손잡이를 열심히 돌리면 여성교환원이 응대를 하고 전화를 연결해 주었다.  나는 아직도 큰아버지댁의 전화번호를 기억하고 있다. 그 당시에는 전화번호가 달랑 두 자리였다.

국민학교 다닐 때는 전셋집에 살았다. 전화기는 당연히 없었다.

친척이나 친구들에게  중요한 전화가 오면 주인집 마루에서 주인아주머니 눈치를 보며 긴 전화도 짧게 받아야 했다.

그래서 전화가 있는 주인집 아들이 부러웠다.

그 시절 나는 선이 없는 가지고 다닐 수 있는 전화기가 있으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 아닌 상상을 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게 현실이 되었으니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중학교  2학년이 되면서 우리 집이 생겼다.

전세 살던 곳보다 더 높은 산복도로 위였지만 우리 집이어서 좋았다. 시내에 전화기를 사려고 어머니와 돌아다녔다. 멋진 버튼식 전화기를 사고 싶었지만 우리가 살던 동네에는 전자교환식 전화기를 설치할 수 없다고 해서 그냥 다이얼식 전화기를 샀다.


전화가 개통되던 날 어머니는 시골의 외할머니,  큰어머니께 일일이 전화를 하시며 자랑하셨다.

여자 친구들에게 전화가 오면 아버지는 꼭 누군지, 이름은 무엇인지 물어보시고 내게 전화를 건네셨다.

그래서 나는 전화 오는 날이면 전화통 옆에서 살다시피 해야 했다.


80년대 중반, 자동차 이동 중에 통화가 가능한 카폰이 보급되었지만 우리 삶과는 동떨어진 TV에서나 볼 수 있는 전화기였다. 88년에 휴대폰이 보급이 시작되었지만 비싼 가격으로 내가 처음으로 휴대폰을 만져 본 것은 결혼 후인 1997년쯤인 걸로 기억한다. 아내의 친구 남편이 휴대폰을 공급하는 대기업에 근무하고 있었는데 아내를 통해 검은색의 바 모양 휴대폰을 구매했었다.

꿈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2000년이 지나면서 본격적인 스마트 폰이 보급되고 이제는 우리 생활에서 휴대폰 없는 삶이란 상상하기 조차 힘들다.

인터넷 검색에서 영상통화까지 가능한 스마트폰의 무한한 진화는 그 끝이 어디일지 가늠할 수가 없다.

내년에는 AI(인공지능) 기능을 탑재한 스마트폰이 출시될 거라고 하니 기대가 크다.


몇 년에 한 번씩 스마트 폰을 바꿀 때면 아내와 한바탕 전쟁을 치른다.

핸드폰이 고장 나서 바꾸는 경우도 있지만 가끔은 낡은 폰에 싫증을 느끼고  새로운 모델에 욕심이 생겨서 바꾸는 경우도 있다.

지난번 휴대폰은 딱딱한 의자 위에서 깔고 앉는 바람에 액정이 깨졌다. 약정은 거의 끝나가고 있었지만 아내의 잔소리가 싫어서 아내가 쓰다 버린 공기계에 유심만 꽂아서 그냥 쓰던 중이었다.

용량이 적은 아내의 전화기는 사진도 동영상도 지워야만 새로운 저장이 가능했다.

그래서 나는 결심했다. 이참에 새로 스마트폰을 바꾸기로.


현재 59,000원의 요금제를 쓰고 있는 걸 감안해서 이번에는 자급제 폰을 사기로 했다.

S사의 최고급 모델은 백만 원이 넘는 비용이 들었지만 그래도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6개월 무이자 할부로 당당히 결제를 하고 가족들에게 내 생일선물을 셀프로 샀다고 고백했다.

아내는 얼마이길래 할부로 샀냐며 집요하게 물었지만 나는 입을 다물었다. 아내는 전화기는 사용하는 데 이상만 없으면 바꿀 필요가 없다는 주의이다.

그래서 나는 결정적인 한마디를 덧붙였다.

"선물은 얼마 주고 샀냐고 물어보는 건 예의가 아니지."


* 대문사진 출처 : 삼성전자 홈페이지

** 본문사진 출처 : 역사편찬위원회 우리 역사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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